사춘기 자녀를 키운 부모라면 '됐어요.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을 들으며, 가슴을 새까맣게 태운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한 때 사춘기 아들로 인해 '내가 부모 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참 많이도 고민하며,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랑이라고 믿고 행했던 일들이었지만 자식에게는 많은 상처가 되었으리라.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70년이 걸렸다'는 어느 노(老)사제의 말씀처럼 가슴보다 생각이 앞서 모자(母子)간 사이만 나빠진 적도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늘 고민하라는 의미인 듯 하다.
이런 고민과 경험은 특수학교 근무를 하는 동안 장애학생 교육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이야 예전에 비해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환경이 좋아졌고, 특수교육에 대한 장애학생 부모들도 전문가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장애학생이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여 누구나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갈 길은 바쁘다.
장애학생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독립적 삶과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일들은 같다. 단지 발달의 지연과 지원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자녀의 성장 발달 계획표를 만들어 학교와 사회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자녀들의 자립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녀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교육공동체를 통해 자녀의 미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 수 있도록 단계별로 준비를 해야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장애학생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이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쏟고 있는 장애학생 부모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손잡고 함께 가길 바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와 관련이 있든 없든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내 아이만'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신뢰하고, 장애학생 부모들도 자녀가 어릴 때부터 그들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꿈을 당당히 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수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장애학생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선진 사회가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우리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며 인정해 주자.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우리 모든 아이가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으면 좋겠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남에게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기에게도 향수가 묻어나기 때문이다'는 탈무드의 말처럼 부모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손잡고 나아가길 희망한다.
하미애(대구성보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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