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 체제의 관건은 북핵 폐기이지 국보법 폐지가 아니다

입력 2018-10-08 05:00: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평화 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평양에서 열린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평화 체제에서) 법률적으로 검토할 것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단어를 동원하지 않았을 뿐 국보법의 ‘폐지’나 ‘개정’을 언급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논리의 파탄이다. 평화 체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북한 핵이다. 평화 체제의 대전제는 바로 북한 비핵화다. 북핵이 폐기되지 않으면 국보법을 폐지해도 평화 체제는 오지 않는다.

국보법 폐지·개정을 언급한 것 자체가 시기상조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도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곧 열릴 것이라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진전될지도 미지수다. 평화 체제는 북핵의 완전 폐기가 검증확인된 다음의 문제다. 국보법 폐지·개정 역시 그 이후에 논의할 문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들어 국보법은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보법 위반자가 버젓이 청와대 참모와 공기업 감사가 되고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행위가 상찬(賞讚)을 받는다. 지난 7월 서울시청 청사에서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감상작 공모전’의 수상작 상당수가 북한식 역사관을 홍보하거나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이었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이보다 더한 일도 일상화될 것이다.

이는 사상전쟁에서 패배를 의미한다. 국보법이 인권침해 등 ‘흑역사’를 갖고 있지만,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국보법은 지금도 유효하다. 북한은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 규약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보법 폐지개정을 입에 올릴 때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란 당면과제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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