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경북도 해양수산국장
10월이다. 남은 것보다 써버린 것이 더 많은 시절, 마음이 바쁜 만큼 공허한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힘들 때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이다. 고향이든 명승지든 그도 아니면 뒷산이라도.
내게는 울릉도가 그런 곳이다. 이 가을날, 성인봉 너머 신령수길은 느티나무와 당단풍나무가 그려내는 노란색의 향연이다. 꽃보다 눈부신 색채의 신비도 그러하려니와 아름드리 고목이 뿜어내는 고태미(古態美)는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10월 신령수길을 걷는다면 누구나 자연이 베푸는 은총을 은연중에 깨닫게 될 것이다.
신령수길이 가을의 길이라면 봄의 길은 내수전 둘레길이다. 저동 내수전에서 출발하여 섬목까지 이어지는 3.8㎞의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면 울릉도에서 제대로 봄맞이를 하는 것이다. 갓난아기 손 같은 고비나 도깨비고비 숲속에서 새싹을 내는 수백 년 묵은 섬잣나무와 동백나무의 물결은 초록의 절창이다. 그 고목들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청록의 바다색은 울릉도만이 그려낼 수 있는 명작이다.
누가 뭐래도 울릉도 관광의 백미는 독도다. 지난번 독도에 갔을 때, 시시각각 그 빛깔을 달리하는 섬의 자태는 실로 감동이었다. 독도를 '애국의 아이콘'으로가 아닌 풍광으로만 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묘한 형태의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 한반도바위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들 독도의 아름다운 풍광의 경탄에는 내·외국인이 따로 없었다. 유럽의 젊은이들도 '원더풀'을 연발하며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독도는 축복의 섬이다.
울릉도와 독도, 하늘이 내린 자연은 사계절, 오감 만족의 여행지임이 틀림없다. 굳이 이런 개인적인 느낌만이 아니라도, 울릉도·독도 관광자원의 수월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2012년 세계적 권위의 먹을거리 정보지 '미슐랭 가이드'는 화산섬 울릉도의 울창한 숲과 기이한 절벽, 아름다운 바다 풍광은 훌륭한 산책 코스라고 소개했다.
10월은 독도의 달이다. 그러나 올해 독도의 달은 예년과 달리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경상북도는 지난달 27일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울릉도와 독도를 국제자유관광지대로 만들어 동해안 해양관광 거점으로 남북한 관광협력의 전초기지로 키운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독도 체험행사를 활성화하고 국제크루즈 유치 등 국제자유관광지대 조성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이미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설계는 완성되었다. 전 울릉 군민의 숙원이던 울릉일주도로도 장장 55년간의 대공사를 마치고 11월 27일 개통을 앞두고 있다.
동해의 새 역사 쓰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울릉도와 독도가 동북아 해양관광 플랫폼이 되면 전 세계인들이 신령수길을 걷고, 섬목 동백길을 트레킹하고, 나리분지 눈밭을 거닐며, 독도에서 '김치'를 외칠 것이다. 그때, 동해는 더 이상 '소란스러운 바다'가 아닌 '고요의 바다'일 수밖에 없다. 독도의 달을 맞아 울릉도와 독도가 이 시대 진정한 평화의 발신지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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