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83타워에서 대구를 보다

입력 2018-10-04 11:39:21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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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이 흘렀다. 오늘도 대구83타워길을 걸으며 첫 출근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새벽녘,설렘과 긴장 속에오른 KTX는 1시간 40분만에 동대구역에 나를 내려 놓았다. 그동안 서울 출근길도 매일 아침 1시간이 넘게 걸렸던 걸 생각하면 대구는 서울에서 아주 가까웠다.

"대구 83타워 가 주세요"

"어디라꼬요?"

내가 첫 만난 택시 기사님은 그곳을 몰랐다. 다시 "이월드요!" 또 모른다. 급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우방타워"라고 이야기 했다. 그제서야 기사님은 "아! 우방랜드"라며 길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사물의 이름은 존재를 규정한다고 했던가? 지금은 대구 83타워, 이월드를 대구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으니 4년의 노력과 세월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멀리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83타워가 우뚝 서 오늘도 나를 맞아준다. 양 옆으로는 여의도 윤중로 보다 3배나 많은 벚꽃나무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다. 매년 벚꽃축제 기간에는 수십 만명이 걸어가기도 하고, 몇시간 뒤 타워가 개장을 하면 하루에 수천 명이 대구의 풍경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청설모들과 인사도 하고 ,타워 뒷동산에서 살고있는 꿩이 유유자적 걷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이 멋진 도로 위를 걸어가며 고목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듬뿍 들이 마시며 출근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 남다르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 삶에 대한 감사가 올라온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발 312미터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기압차이로 인하여 귀가 약간 먹먹해 지면서 굵은 침을 한번 삼켜야 하고, 평소보다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 하는 것을 느낀다. 대구의 심장이며 상징인 이곳 전망대에서 360도 돌아보면 883.63㎢ 대구시 전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구의 젖줄인 금호강과 신천은 오늘도 유유히 대구의 역사와 함께 흐르고, 3년전 개통한 지하철 3호선 역들은 도심의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동쪽을 바라보면 수성구의 높은 주상복합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서쪽을 바라보면 반짝이는 금호강을 배경으로 드넓은 성서산업단지가 펼쳐진다. 가까이 있는 달구벌대로를 따라서 보면 대구 근대역사의 상징인 계산성당이 보이고 반월당 백화점 건물들 사이로 복잡하면서 활기찬 대구 도심의 모습이 펼쳐진다.

대구가 한 눈에 보이는 83타워. 그 시선을 따라 대구의 역사와 대구 사람의 삶들이 흘러간다. 대구는 대표적인 분지형 도시의 모습답게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들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 왔다. 시야에 들어온 탁 트인 대구 풍경에 '와우~~'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는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우리를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번 주말에는 대구 83타워 전망대에서 대구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 보며, 잠시 가을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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