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춤<5>-하회탈·하회별신굿탈놀이, 한국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입력 2018-10-04 11:38:26

1.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재로 '세계유산 그랜드슬램' 달성
2. 유네스코와 세계문화유산 보존
3. 하회별신굿탈놀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잰걸음
4.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장 완벽한 민족문화 정수
▶5. 하회탈·하회별신굿탈놀이, 한국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6. 한국의 탈춤-산대놀이 등 중부 이북 탈춤
7. 한국의 탈춤-야류놀이 등 중부 이남 탈춤
8. 지구촌의 탈과 탈춤-아시아의 탈춤
9. 지구촌의 탈과 탈춤-한·중·일 탈춤
10. 한국의 탈춤,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위한 제언

하회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 그리고 삶의 애환과 흔적이 스며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탈춤꾼들이 하회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하회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 그리고 삶의 애환과 흔적이 스며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탈춤꾼들이 하회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탈은 나라마다 갖고 있는 보편적 문화이며, 여러 문화의 특징을 드러내는 도구다. 다양한 양식과 형태, 기능이 문화권별로 존재한다. 하지만 유네스코 등 세계기구에도 탈 관련 문화협의회는 없다.

이 때문에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이하 IMACO)이라는 관련 단체와 하회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라는 기반을 갖고 있는 안동이 세계 탈문화를 선점·선도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를 위해 탈문화 국제교류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세계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필연적이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하회별신굿탈놀이가 반드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돼야 한다면서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회탈춤과 하회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 그리고 삶의 애환과 흔적이 스며있기 때문이라는 것.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인류무형유산적 가치를 들어보자.

◆마을 안녕·풍농풍년기원하던 마을굿서 시작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이 마련한 탈 문화 국제학술대회에서 '아시아 가면극'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가면극은 내용과 성립 과정으로 보아 크게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과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으로 나눌 수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으로 향촌 제사 활동인 마을굿에서 유래해 발전해 온 가면극으로 그 지역의 주민들이 전승해 왔다"고 했다.

마을굿놀이 가면극은 마을굿에서 유래해 발전해 온 자생적, 향토적 가면극이다. 한국의 마을굿은 기본적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종교적 성격과 풍농풍어를 기원하는 풍요제의 성격을 겸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마을굿의 일종인 강릉단오제나 하회별신굿에서는 무당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굿을 거행했다. 이런 과정에서 하회별신굿의 경우와 같이 마을 주민들이 가면을 쓰고 노는 가면극이 발생했다. 하회별신굿은 무당들이 주도했지만, 가면극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 주민인 농민들이 담당했다.

전 교수는 "원래는 마을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가면을 모셔 즐겁게 함으로써, 마을의 안녕과 풍농풍어를 기원했을 것이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이러한 기원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을굿, 즉 향촌제사활동의 보편적 현상인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또 "주목되는 점은 이 지방에서는 마을의 수호신을 가면으로 형상화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동의 하회마을에서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신을 가면으로 형상화한 것과 일치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는 성황신인 각시가면이 존재하고, 각시의 무동춤은 '신성현시'(神聖顯示)를 연출한다"며 마을굿놀이에서 마을 수호신을 상징하는 가면을 중심으로 가면극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하회탈춤과 하회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 그리고 삶의 애환과 흔적이 스며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파계승마당. 매일신문 D/B
하회탈춤과 하회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 그리고 삶의 애환과 흔적이 스며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파계승마당. 매일신문 D/B

◆별신굿 동안 신·인간이 하나, 계급·계층이 함께 어울려

안동민속박물관 손상락(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조교) 학예연구팀장은 "하회탈과 탈춤에는 안동의 역사가 함축돼 있고,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는 안동 사람들의 생각이 묘사돼 있다"며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비판하는 탈놀이 속에 안동 사람들의 정신이 녹아 있다. 하회마을에서 하회탈은 지연공동체인 마을집단을 묶는 중요한 상징이었고, 탈춤은 마을살이의 집단성과 역사적 관계를 오래도록 맺어 내려온 문화, 즉 기층성을 반영하는 문화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전통사회 속에서 하회별신굿은 지연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축제였다. 800여 년 전부터 하회마을에서 전승되기 시작한 탈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열렸던 별신굿이라는 마을굿의 일환으로 연행됐다.

손 팀장은 "농사를 근간으로 한 전통사회에 있어서 풍농(豊農)은 마을공동체를 지탱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것이다. 풍년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에 의해 결정이 되며 이것은 곧 신의 뜻에 달렸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는 "따라서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마을의 안녕을 가져다주는 것은 곧 마을을 지키는 동신(洞神)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마을마다 동신을 모시고 있으며 마을 주민들은 정성을 다해 신에게 제사를 받드는 것"이라 했다.

손상락 팀장은 "전통사회에서의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하회마을이라는 지연공동체를 하나로 통합해 주는 의례인 별신굿의 한 부분으로서 동족원들의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에 의해 연희됐다"며 "별신굿 기간, 마을은 신과 인간이 하나 되는 성의 공간으로 바뀌게 되고 이때에는 지배계급인 양반과 피지배계급인 하층민인 상민이라는 신분의 차별이 없는 오로지 신과 인간이라는 구분만이 존재하는 신성공간으로 바뀌게 되어 신과 인간이 하나 되어 춤추는 대동축제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IMACO, 탈·탈춤 문화 보편적 가치 세계유산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참가한 관광객들은 1997년 첫해 10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몇 해 전부터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100만 명 관광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안동시와 지역 문화계·학계 인사들은 지구촌 탈춤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체계적 발전과 세계화, 안동을 지구촌 탈춤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학술적 뒷받침과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2006년 9월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을 창립했다.

IMACO는 이후 격년으로 아시아 태평양 국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총회를 열어 지구촌 탈·탈춤 지도자를 만들어 내고 다양한 주제를 통한 학술 토론회를 열어 탈과 탈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전승·계승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창립 8년 만인 지난 2014년 6월에는 파리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탈과 탈춤 관련 국가 자문기구인 유네스코 산하 국제민간단체(NGO)로 인가받아 세계적 공인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초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린 '2017 IMACO 총회 및 국제학술대회'는 세계 보편적 문화인 탈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윤병진 IMACO 사무총장은 "그동안 축적해 온 해외 네트워크와 노하우에 전문 추진 위원들의 지식과 전략이 합쳐졌다. 한국의 탈과 탈춤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