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1)아이돌 덕후는 어디에나 있다

입력 2018-10-12 22:00:00

왼쪽 영수증 주인공은 워너원 팬사인회 티켓에 당첨되기 위해 앨범을 400여만원어치를 샀지만 결국 당첨에 실패했음을 사진으로 인증했다. 만약 주변에서 아이돌 앨범을 뜬금없이 나눠준다고 한다면 이런 케이스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왼쪽 영수증 주인공은 워너원 팬사인회 티켓에 당첨되기 위해 앨범을 400여만원어치를 샀지만 결국 당첨에 실패했음을 사진으로 인증했다. 만약 주변에서 아이돌 앨범을 뜬금없이 나눠준다고 한다면 이런 케이스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 이슈 워너원' 공식 인스타그램


내 주변에는 SNS를 통해 '돌밍아웃'(아이돌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을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95학번 누님은 갑자기 워너원 멤버 11명의 사진을 모두 자신의 SNS에 게시하고는 '뒤늦은 입덕'(덕후로 입문한다는 뜻)이라고 써 놓으셨다. 예전부터 인연이 있던 한 일간지 문화부 기자 선배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많아 '아미'(방탄소년단의 팬을 지칭하는 말)라 칭하기는 좀 쑥스럽고 '어미'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30대 중반인 나의 대학 동기 중 한 명은 최근 본지 주최로 열렸던 '대구로 K-POP 콘서트'에 아스트로의 차은우를 보겠다며 내게 티켓 하나 구해 줄 수 없느냐고 카톡으로 사정하기도 했다.

누님들만 이러냐면 그것도 아니다. 허락을 구하지 못해 이름을 대놓고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부장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서 내에서는 '아이돌 박사' 타이틀을 쥐고 있었고, 한 후배 기자는 여자친구의 허락을 받고 아이유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했다.(아마 그 기자는 아침에 이 글을 읽게 되면 잠이 확 깨면서 내게 전화할지도 모른다) 서울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는 한 후배는 내가 알고 있는 아이돌 덕후 중 가장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새벽부터 음악방송 사전 녹화장을 찾아서 응원을 하는 건 기본이고, 지난해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 회 생방송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현장 경호원에게 들켜서 쫓겨나기도 했다.(그래서 이 후배는 옹성우가 5위로 워너원이 되는 장면을 놓치고 말았단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30대 중·후반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아이돌 산업이 태동할 때쯤에 사춘기를 보냈고, H.O.T와 젝스키스, SES, 핑클을 좋아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지금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30대들은 숨은 큰손이다. 오죽하면 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고화질로 찍으려는 욕심 덕분에 한국에서 DSLR 카메라 시장이 죽지 않는다는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일까.

이 칼럼을 쓰는 본 기자의 나이는 올해로 만 34세다. 본 기자 또한 이 나이 될 때까지 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날 위로한 음악은 결국 아이돌 음악이었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아이돌이나 쳐다보고 있느냐"라고 한다면 오승근 씨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로 답을 해 드리고 싶다. 독자 여러분 주변에도 잘 찾아보시라. 누군가의 핸드폰엔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떡하니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고, '멜론'과 같은 음악 사이트에 가입한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는 특정 아이돌의 노래로 빼곡히 들어차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이 주의 플레이리스트–돌고돌아 다시 아이돌 음악을 듣게 만든 노래 5

1. 빅뱅 '거짓말'

2. 인피니트 '내꺼 하자'

3. 샤이니 'Sherlock'

4. 여자친구 '오늘부터 우리는'

5. 방탄소년단 'I nee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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