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두발 자유화, 대구는 찬반 뜨겁다

입력 2018-10-01 21:00:00

학교별 학생이 참여해 정한 규칙에 따라 두발 규제…대구시교육청 일괄적 시행엔 반대

내년 2학기부터 두발규제가 사실상 사라져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물론 파마나 염색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중·고교생 두발규제를 폐지하는
내년 2학기부터 두발규제가 사실상 사라져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물론 파마나 염색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중·고교생 두발규제를 폐지하는 '두발 자유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교육감은 각 학교에 자체 공론화를 거쳐 내년 1학기 내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하고 2학기부터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2학기부터 '중·고교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한 가운데 대구지역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찬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12년 제정한 대구교육권리헌장에 따라 학교별로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교칙으로 두발 규정을 정하도록 했다.

대구교육권리헌장(3장) '개성을 실현할 권리'에서는 '학교가 두발의 길이를 규제해서는 안되며, 두발의 형태는 학생이 참여해 제·개정한 학교 규정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두발 길이는 규제하지 않으며 파마, 염색 등은 학생들이 정한 규칙이 있으면 허용된다.

지역 교사와 학부모들은 용모 규정만큼은 청소년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고교 교사 정모(30) 씨는 "가정에서도 제재가 안되는 두발, 화장 등 용모 관리를 학교에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다고 반드시 학업에 소홀한 학생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학생의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두발 문제를 아이들에게만 온전히 맡기는 것은 학부모 정서상 시기상조다. 학생에게 무분별하게 선택권을 준다면 청소년 일탈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절반 이상은 중'고등학생의 두발 자유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8일 성인 500명에게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자의 54.8%가 두발 자유화에 반대했다. 찬성 응답은 40.4%였다.

대구시교육청은 두발 규제를 폐지하는 것과 자율화하는 것은 다르며, 교육청주도의 일괄적인 학생 두발 자유화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두발 규제를 폐지하면 학교 구성원 합의에 의한 두발 규정까지 효력을 잃게 돼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교육공동체의 합의 과정을 거쳐 학생들에게 '권리 주장에는 책임이 수반된다'는 점을 교육시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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