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원 술·밥 먹은 것이 '국가 기밀'이라는 청와대와 정부

입력 2018-10-01 05:00:00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재정 정보 유출’ 사건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치한 작태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부, 여야가 ‘네가 잘못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전면전을 벌이고 있으니 참 한심스럽다. 민생·남북·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만사 제쳐 놓고 서로 목숨을 걸 만한 사안이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와대·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자초한 해프닝일 뿐이다. 심 의원 보좌관이 국정감사에 대비해 기획재정부 산하 재정분석시스템(OLAP)에서 행정 자료 47만 건을 다운로드한 데서 비롯됐다. 자료 취득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면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국가 기밀’ 운운하며 검찰에 덜컥 고발한 것은 희극의 극치다.

‘국가 기밀’이라고 해서 무슨 국가 안위와 관계된 문건인 줄 알았는데, 상당수 청와대와 정부 부처 직원이 지출한 업무 추진비 목록이라니 어이가 없다. 국무위원인 서울시장이 밥 먹고 돈 쓴 것은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다 나오는데, 청와대 직원이라고 ‘국가 기밀’에 준하는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은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청와대 직원의 업무 추진비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더 잘 먹고 마시는 것쯤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청와대가 국감에서 ‘한 건’ 올리려는 야당 의원으로 인해 약간의 곤란함을 감수하면 되는, 그 정도의 사안일 뿐이다. 개선을 약속하고 끝냈을 일이다.

심 의원의 잘잘못에 집중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정부가 야당 의원의 ‘입’을 막기 위해 고발하고 검찰을 동원하고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결백성을 증명하기 위해 큰 일도 아닌 것을 중대사로 만들어 버리는, 그 ‘마인드’가 걱정스럽다. 국정의 선후나 중요도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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