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귀선씨가 창작 수필집 '푸른 외출'을 펴냈다. 등단 12년 만에 내는 첫 작품집으로 오랜 세월 써온 작품 중에서 실험성이 강한 작품, 인간 근원을 추적하는 작품들을 선별해 묶은 것이다.
지은이는 일상에서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하여, 또 다른 일상을 덧칠해 한편의 이야기를 꾸민다. 여자들의 수다를 생생하게 옮기면서,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를 덧칠함으로써 밑그림이 되는 수다가 '그저 수다'가 아님을, '수다야 말로 우리 삶의 집적(集積)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작품 '사소한 슬픔'은 오래 전 소식이 끊어졌다가 나이 들어 연락이 닿은 친구와 나의 이야기다. 친구는 공부를 잘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가 방직공장엘 다녔다. 들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아이, 학창시절 교탁 위 도자기 화병에 늘 제철 꽃을 꽂아 두던 아이, 고무신 신고 재잘거리며 산길을 함께 걷던 아이였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그 친구와 나는 가끔 통화를 한다.
친구는 내게(지은이) 전화를 걸어놓고는 "그냥…" 이라고 말한다. 혹 어려운 부탁이라도 있나 싶어 이것저것 건드려보지만 별 말이 없다. 나도 가끔 그녀에게 전화를 낸다.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나 역시 "그냥…"이라고 답한다. 우리는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으면서 전화를 낸다.
현대인들에게는 사업상 통화처럼 목적이 분명한 통화가 많다. 늘 바쁘게, 충실하게 살아야 그나마 그럭저럭 살아낼 수 있으니까. 그러니 특별한 이유 없이, 목적한 바 없이 '그냥' 전화를 주고받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거다.
책은 총 4부, 40편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1부 동행, 2부 달이 웃다, 3부 그 골목, 4부 호미질 소리 등이다. 김귀선 수필가는 계간 '문장'과 '창작 에세이'에 평론으로 등단했다.
208쪽, 1만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