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관제 도입 한달…영장 16건 중 14건 발부, “잘못 기재하거나 불필요한 영장 줄어”
"영장 기각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다음 영장신청서를 검토할 때 피드백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죠."
대구 수성경찰서 수사과 내 영장심사관실에서 만난 장인수 영장심사관(경감)은 자부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영장심사관' 이다. 대구경찰에 지난달부터 도입된 영장심사관은 말 그대로 영장신청서 심사업무를 담당한다.
구속 및 체포 등의 영장을 신청하기 전에 수사팀에 속하지 않은 영장심사관이 제3자의 시각에서 전문적으로 기록을 검토해 오류를 자체 시정하는 역할이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와 수사 종결권 등을 갖게 되면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줄이고자 마련됐다.
장 경감은 2003년 경찰에 입문해 교통, 사이버 수사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해왔다. 지난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를 제대로 맡아서 해보고 싶었고, 경찰서 내 중요 사건들에 대해 내 능력을 활용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1일 처음 영장을 심사한 이후 이달 19일까지 총 16건을 심사했다. 이 중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14건은 검찰의 청구를 거쳐 법원에서 발부됐고, 체포영장 2건은 검찰이 신청을 기각했다.
그는 기각 사유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기각된 영장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장 경감은 "그동안 기각사유를 통보받아도 별다른 공유없이 그냥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영장심사관은 이를 놓치지 않고 축적해 다음 영장 심사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영장심사관이 도입되면서 영장신청서를 잘못 기재해 기각되거나, 불필요한 영장을 신청하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선례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영장심사관이 제3자의 입장에서 기록에 누락된 부분이나 법적 보강이 필요한 부분 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영장 검토도 그의 몫이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사이트 가입 기록과 같은 증거 수집보다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수색 영장을 위주로 검토한다.
장 경감은 "불필요한 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최소화하려 한다"며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가능성 등을 종합해보고, 영장 발부가 필요한 사안은 더 까다롭게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관 도입 이후 수사관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수사 절차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걸러낼 뿐만 아니라 검토 단계가 한 번 더 생김으로써 심적인 부담도 크게 덜어냈다고 한다.
장 경감은 "사건 관련 의문점이나 법적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동료들과 함께 의논하고, 판례를 찾아주기도 한다. 서로 토론하면서 역량을 쌓아가는 효과도 있다"면서 "기각 사유 등을 자료로 만들어 수사관 대상 교육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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