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추억의 TV] 600만$ 사나이와 소머즈 사이 2세는 어떤 초능력? 이상한 상상

입력 2018-10-05 13:58:24 수정 2018-10-05 14:17:20

<7> 그때 그시절 외화-2

외화
외화 '특수 공작원 소머즈'의 주인공을 연기한 린제이 와그너. 매일신문DB

▶'더 바이오닉 우먼'(The Bionic Woman)이라는 외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방영됐을 때 제목이고요. 우리나라에는 '특수 공작원 소머즈'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탔습니다. 뛰어난 미모의 여배우 '린제이 와그너'가 열연한, 놀라운 청력을 가진 '제이미 소머즈'가 주인공으로 나온 바로 그 드라마입니다.

1976년 10월 22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35분 MBC에서 방송됐습니다. 꽤 심야에 틀어준 셈이지만, 어릴 적에 졸지 않고 꼭 챙겨 봤습니다.

'1976년'이라는 숫자에 주목해봅니다. 미국 MCA사에서 제작한 원작이 미국에서는 그해 1월 14일부터 방영됐는데요. 미국 내 인기에 힘입어 불과 9개월만에 한국에도 상륙한 것입니다. 국내 첫 방영 당시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 '미국에서 골든타임 시청률이 일약 10위 안에 들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소머즈는 극중 스카이 다이빙 중 사고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습니다. 그러자 미국 과학정보국은 극비의 생체공학 기술을 동원, 소머즈를 드라마 원작 제목인 바이오닉 우먼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오른쪽 팔과 두 다리를 기계로 교체했고, 특히 인간과는 다른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는데다 수백m 밖에서 발생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초인적 '청력'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미 과학정보국이 왜 소머즈를 상대로 이런 사이보그 수술을 한 걸까요?

육백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븐 오스틴 역을 맡은 리 메이저. 매일신문DB
육백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븐 오스틴 역을 맡은 리 메이저. 매일신문DB

극중 소머즈의 애인이 바로 이 드라마의 전편 격인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소머즈보다 먼저 '바이오닉 맨' 수술을 받은 '스티븐 오스틴'(리 메이저스 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스틴 역시 앞서 추락 사고로 신체에 중상을 입은 바 있고, 이때 미 과학정보국이 첫 생체공학 수술 대상자로 오스틴을 택한 것입니다. 오스틴은 초인적 시력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럼으로써 미 과학정보국은 오스틴과 소머즈를 여러 위험한 작전을 수행할 사이보그 요원으로 양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종종 전편의 주인공 오스틴이 등장해 활약합니다.

육백만불의 사나이 오스틴과 소머즈. 매일신문DB
육백만불의 사나이 오스틴과 소머즈. 매일신문DB
육백만불의 사나이 오스틴과 소머즈. 매일신문DB
육백만불의 사나이 오스틴과 소머즈. 매일신문DB

'600만불($, 달러)'은 오스틴 수술에 든 비용을 가리킵니다. 소머즈의 수술 비용은 700만불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연인이었던 오스틴과 소머즈가 결혼에까지 이르러 2세를 낳았다면, 1억불짜리 아기가 탄생했을 수도 있겠죠.

이야기를 '술술'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마블'사의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만약 오스틴과 소머즈의 후손들(저마다 다른 초능력을 하나씩 가졌겠죠? 같은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가 떠오르네요.) 이야기도 이어졌다면, 과거 외화 세대의 추억까지 자극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을 듯 합니다.

사하라 특공대 출연진. 매일신문DB
사하라 특공대 출연진. 매일신문DB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 12월 3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KBS에서 틀어 준 '사하라 특공대'가 나옵니다. 원제는 '더 래트 패트롤'(The Rat Patrol)입니다. 미국에서 1966~1968년 방영됐습니다.

2차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일대를 장악한 독일 롬멜 군단을 상대로 4명(미군 3명, 영국군 1명)의 연합군 특공대가 게릴라전을 펼치는 드라마입니다.

사하라 특공대 포스터. 매일신문DB
사하라 특공대 포스터. 매일신문DB

이들 4인의 무기는 바로 기관총이 장착된 윌리스 지프였습니다. 그동안 전쟁 소재 드라마에서 익히 봐 온, 소총을 들고 "와아"하며 앞으로 돌격하는 보병들의 액션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사막을 호쾌하게 누비는 지프, 그 위에서 불을 뿜는 기관총, 운전도 잘 하고 총도 잘 쏘고 그러기 위해 작전도 잘 세우는 특공대 4인의 기가 막힌 호흡.

그런 모습이 정말로 드라마 원제에 쓰인 단어 '쥐'(rat)같았죠. 매회마다 끈질기게 독일군을 괴롭히니 그 모습 역시 영락없는 쥐입니다. 특공대 4인은 독일군 기지에 몰래 잠입해 지도를 훔치고 레이더 기지도 폭파하는데요. 이 모습 역시 잘 숨어 다니는 쥐를 연상케 합니다.

윌리스 지프에 기관총을 장착한 실제 모습. 출처 silodrome.com
윌리스 지프에 기관총을 장착한 실제 모습. 출처 silodrome.com

그러고 보니 '특수 공작원 소머즈'와 '사하라 특공대' 모두 당시 미국과 한국이 냉전시대라는 사회 분위기를 공유한 것이 인기의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공동체가 무찔러야 할 적이 현실에도 드라마에도 꽤 강렬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이죠. 그러니 드라마에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지금 다시 봐도 드라마의 재미는 여전합니다.

도움말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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