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70년 세월 흘러도…

입력 2018-09-21 05:00:00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우리는 단군의 후손으로 모두 형제요, 한 핏줄…다시는 서로 헤어지지 말자…남북통일 완수하여…삼천리 강토에서 영원 무진토록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힘을 합쳐서 살아가자…어느 나라도 들어와서…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할 것이며…간섭받을 이유도 없고 받지도 않을 것이다…남북 동포가…이제는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고…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4천 년을 이어…한 혈족으로…서로 돕고 양보하여 하나로 굳게 뭉치자."

6·25전쟁 속 1950년 10월 30일 낮 평양시청 앞, 10만 안팎의 평양 군중과 만난 이승만 대통령의 목소리는 강렬했다. 밀리던 국군과 연합군이 9월 28일 서울 수복 뒤 38선을 넘어 10월 19일 평양을 차지하자 30일 오전 미군 수송기를 타고 여의도 비행장을 떠나 당일 일정으로 평양에 들러 뜨거운 속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68년 지난,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공군1호기로 평양에 들러 다음 날 밤 평양 5·1경기장에 모인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환영 소개로 등장했다. 예정된 2분을 넘어 7분쯤 절절한 속내로 호소했는데, 도무지 낯설지 않고 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옛날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가 반겼지만.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여 년을 헤어져 살았다…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남북…끊어진 혈맥을 잇고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백두에서 한라까지…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남북 강산에 시차(時差)는 없었다. 68년 세월이 흘러도 한민족 혈맥(血脈)에 흐르는 갈망은 마르지 않고 변함도 없다. 나라 밖 사람들이 놀랄 만하다. 뭇 강산과 여러 세대가 변하고 정권과 이념도 세월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해도 핏속 흐르는 오직 하나의 바라는 바는 그대로다. 누가 이를 막으랴. 남은 일은 분명하다.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새길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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