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얼마 전, 한 시장의 무대에서 공연을 한 적 있다. 아, 물론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여러 군데의 시장에서 공연을 해 왔었다. 나도 거리에서 경력을 쌓은 것이 많기 때문에, 시장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또한 우리네 연극은 시장통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이 열리면 광대들이 찾아가 엽전 몇푼 그리고 밥과 찬을 얻기 위하여 광대들은 움직여 왔다.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다. '버스킹'이라는 개념이 왜 생겨났을까. 대구에서 큰 축제인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은 서양에서 많이 했던 거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 자체가 무대가 되는 것이다. 엄청난 장비와 인력이 동원이 되며 전문가들이 동원된다.
분명 시장통에서의 공연이었다. 험난함은 준비되어 있었으며, 돌발적인 상황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고난은 다가왔다. 바로 버려진 듯한 무대에서의 고난이었다. 시장이라는 곳은 분명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대기업이 만들어낸 대규모 마트에게 밀려나기는 하였지만, 향수에 떠밀려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에 이끌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연극쟁이의 시선으로 보자면 관객천지의 공간이다. 그런데 그곳의 무대들은 버려져 있었다. 관리의 소홀과 전문가들의 부재 때문이었다. 시장 공연장 담당자들의 대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라 첫 공연기획자가 손을 대놓은 상태 그대로 똑같은 패턴의 공연들만 반복하는 공무원 혹은 비전문가들이었다.
시장통 무대의 담당자들에게 "여기 전기는 몇 킬로와트까지 끌어 쓸 수 있나요", "이곳의 사운드는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나요" 등 공연상황에 대해 물으면 당황한다. 더불어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물어보면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 혹은 "제가 그쪽 담당은 아니어서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다. 시장의 무대만이 아니다. 야외무대의 담당자는 보통 그런 식이다. 그러면 그 때부터는 버려진 무대가 시작된다. 조명과 음향에 대한 시스템을 모르니 공연을 실행하는 이들에게 끌려간다. 하지만 배우나 스태프는 관객이 아니다.
시장통 관객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왔으나 끌려가니 속이 상할 수도 있다. 만약 전문가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버려진 무대들이 나타났을까? 가끔 시장 혹은 관광지에 가서 무대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왜 이런 공간들을 버려두고 있을까. 이 버려진 무대들은 자신의 역할을 하려고 세워졌는데 왜 버려져야만 할까. 이 버려진 무대들을 십분 활용한다면, 대구가 말했던 공연예술의 도시로 한발 도약하지 않을까라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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