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동안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두셔도 좋습니다.”
디지털 원주민들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스마트폰이 드디어 골프 경기장까지 깊숙이 침투한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현대인들이 필수불가결하게 여기는 휴대폰을 끼고 골프경기를 즐기는 모습에서 빗대어 한 표현이다. 접속 강박증은 아나로그 몸 움직임을 우선하는 골퍼에게도 예외없이 바이러스처럼 번져, 이젠 너무나 당연한 문명의 이기처럼 적응을 강요하고 있다.

모처럼 우정과 친교를 위해 그리고 볼과 잔디, 오롯이 나를 위한 고독시간은 접속 강박증에 감염된 골퍼 때문에 산산이 무너져 내리기 일쑤다. 여기에서 고독이란 고립과 차원을 달리하는 언어선택이다. 고독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언급한 미국 MIT 셰리 터클 교수의 저작을 굳이 차용하지 않더라도 골프연습이나 경기는 반드시 이 고독의 과정을 거쳐야만 성숙한 단계에 진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신이 쏘아올린 볼이 어정쩡한 라이 상태에 놓여 있다고 가정할 때, 이미 고독한 정신세계로 향해를 시작하게 된다. 물론 티박스에 선 순간부터 자신과의 고독은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불량한 라이 상태의 볼을 향해 자신의 스윙을 휘둘렀지만, 십중팔구 전혀 엉뚱한 사태의 상황전개가 이뤄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동반자로서 스마트폰을 열어 놓은 원주민이라도 곁에서 도시 내부의 또 다른 원주민과 통화 시도의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고독한 상상력과 창의성은 물론 샷에 대한 집중력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홀 아웃을 하고 다음 홀을 향하는 카트에서 신종 전염병인 접속 강박증세의 환자가 동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정과 친교를 위한 언어 대화가 이어지면서 면대면 관계가 잠시나마 복원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비로소 스마트폰 기기와의 대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향기를 느끼는 눈웃음을 마주하고 골프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최근 들어 골프장에서 휴대폰의 악질적인 방해공작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곧바로 나서 이를 지적하거나 개탄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유인즉 '분위기를 망칠까봐'라는 단군 자손의 자비로움인지 우유부단함인지 분간할 수 없는 답변을 전해 듣는다.
현대 신인류가 스마트폰의 개발로 우정과 친교, 그리고 고독을 헌신짝처럼 내 팽개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사조에 가뭄의 단비처럼 이를 복원하고 재생한 것이 동반자와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골프가 일정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신인류의 가족은 한지붕 아래에서 함께 머무는 동안 각자 손에 쥔 스마트폰 기기 안 익명성의 사람들과 대화만을 나눈다. 그리고 가족 중 누군가가 집을 멀리 떠나면서 비로소 대화의 창에 가족의 일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이상한 관계가 이뤄진다.
골프는 이같은 단절과 소외의 관계망을 복원시키는 장치이고 치료병동이다. 탈의실에 도착하는 순간, 6분30초(대한민국 국민 평균)마다 확인하던 스마트폰을 얌전하게 내려놓자. 그리고 자신이 비로소 오롯이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을 가져보는 기회를 만끽하자.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볼과 잔디를 밟으며 고독을 즐기는 사색의 시간으로 회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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