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수질오염 눈으로 살펴 본 대구경북 낙동강 시민조사단

입력 2018-09-17 19:08:09

"중·상류 오염 심각해", 정부 차원 해결책 공감대

17일 오후 안동댐 앞에서 이태규 낙동강사랑보존회 회장은 중금속으로 폐사한 물고기 사진을 보여주며
17일 오후 안동댐 앞에서 이태규 낙동강사랑보존회 회장은 중금속으로 폐사한 물고기 사진을 보여주며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낙동강의 수질오염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헌 기자

17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달성습지 주변 낙동강. 느리게 흐르는 강은 마치 호수처럼 잔잔했다. 화원동산 하식애 일대 앞 탐방로 주변에는 어둡고 탁한 물 곳곳에서 기포가 쉼없이 뿜어져 나왔다. 기포가 올라올 때마다 희미한 악취가 났다. 이 기포는 성서산업단지에서 진천천을 거쳐 낙동강에 유입된 오·폐수 찌꺼기가 분해되면서 뿜어내는 메탄가스로 추정됐다.

곧이어 찾은 대명천도 기포가 올라왔고, 수면에는 기름띠까지 떠있었다. 대명천 월성교 아래에는 하수처리시설의 하나인 우수토실이 있다. 빗물과 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구식 하수처리시설은 빗물과 생활하수를 우수토실에 모았다가 일부를 하천에 방류한다. 우수토실에 쌓인 생활하수 찌꺼기가 넘치면서 주변 하천을 오염시킨 것이다.

대구경북 환경·사회·농민단체, 정당 활동가, 대학 교수, 작가, 언론인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낙동강 시민조사단이 17일 달성습지 인근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 안동댐, 봉화 석포리 영풍석포제련소 주변의 낙동강 환경실태 파악에 나섰다.

17일 오전 대구 달서구 대명천 월성교 하단에 기름이 떠있고 생활하수 찌꺼기가 고여 있다. 환경단체는 비가 오면 우수토실 속 찌꺼기가 배출돼 낙동강 오염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헌 기자
17일 오전 대구 달서구 대명천 월성교 하단에 기름이 떠있고 생활하수 찌꺼기가 고여 있다. 환경단체는 비가 오면 우수토실 속 찌꺼기가 배출돼 낙동강 오염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헌 기자

이날 시민조사단은 낙동강 중·상류의 오염 실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낙동강 상류인 봉화, 안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안동댐을 거쳐 영풍석포제련소 일대에 도착한 조사단은 시뻘겋게 물든 주변 강바닥, 폐사한 물고기와 물새들 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폐화된 공장 주변 산림은 누런 민낯을 드러냈고 주변 하천수는 그 흔한 다슬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을 만큼 오염돼 있었다.

석포제련소는 봉화 석포리 낙동강 상류 협곡에 3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논란은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아연, 카드뮴 등 중금속이 포함된 물질을 하천에 무단 배출했다가 환경당국에 수 차례 적발됐고, 지난 2월에는 낙동강에 폐수를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조업 정지 20일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석포제련소를 두고 환경단체와 주민간의 마찰도 빚어졌다. 이날 석포면 일대 주민과 상인, 제련소 노동조합원 등 200여 명은 집회를 열고 시민조사단을 막아섰다. 이들은 석포제련소가 주변 상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제련소 폐쇄를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진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17일 오후 경북 봉화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 진입로에서 주변 주민과 상인, 제련소 노조원 등 200여 명이 낙동강 시민조사단의 진입을 가로막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홍준헌 기자
17일 오후 경북 봉화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 진입로에서 주변 주민과 상인, 제련소 노조원 등 200여 명이 낙동강 시민조사단의 진입을 가로막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홍준헌 기자

집회를 주도한 김성배(66) 석포면현안대책위원장은 "제련소의 존재가 곧 석포의 존립을 결정한다. 주민 생존권이 달린 민감한 문제임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날 낙동강 시민조사단은 낙동강 수질개선에 정부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지역 간, 시민 간 갈등을 중재할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갈등, 환경 문제를 중재해야 함에도 지금껏 방관해 왔다. 환경 개선에 따라 피해가 우려되는 주민들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