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2022 대입개편안과 고교선택

입력 2018-09-17 05:00:00

김기영(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김기영(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교 설명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설기관, 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에서도 고교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을 개최하는 것을 보면 '고교 선택이 대입을 좌우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현 중3 학생에게 적용되는 '2022 대입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라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서울지역 언론사에서 새로운 대입 개편안에 따른 학교 유형별 선호도를 조사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정시확대 권고에 따라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에 유리한 특목고, 자사고를 선택하겠다는 의견과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도 수시비율이 60%이상이기 때문에 일반고를 지원하겠다는 의견이다.

두 의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새로운 대입 개편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큰 틀 안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번 대입 개편 안을 '학생부종합전형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다시 고교선택으로 돌아가 보자. 중학생들 입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학교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일까? 이를 먼저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설명회를 가도 원하는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번 대입 개편안과 관련해 언론에 제대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항은 진로선택 과목의 성취도를 대입전형 자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진로를 위해 선택해야 할 과목에서 1~9등급의 석차등급 대신 A/B/C 3단계 성취도와 원점수, 평균, 수강자 수, 성취수준별 학생비율을 제공하지만 표준편차는 제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진로선택과목에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정시확대 30%이상 보다 훨씬 파급력이 있는 내용이다. 고1의 경우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이수하고 싶어도 등급에 대한 불리함 때문에 과목 선택이 망설여졌다. 이러한 문제로 현 고1 학생들의 진로선택과목의 이수 차이는 크지 않겠지만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중3 학생들은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고1 학생부터 적용되고 있는 '2015 교육과정'은 학과별 선택과목을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예과의 경우 과학교과에서는 생명과학Ⅰ,Ⅱ와 화학Ⅰ,Ⅱ를, 사회교과에서는 윤리와 사상, 심리학, 정치와 법 등의 과목을 권장하고 있다. 수강인원수의 불리함과 어렵다는 이유로 생명과학Ⅱ, 화학Ⅱ에 부담을 느꼈던 고1학생과 달리 내년에 입학하는 중3 학생부터는 생명과학Ⅱ, 화학Ⅱ는 진로선택과목이기 때문에 내신 등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대환영이다.

고전 읽기, 영미 문학 읽기 등은 인문학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사회문제탐구, 수학과제 탐구 과목 등은 사회과학, 자연/공학 계열 학생들에게 전공적합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과목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 일부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에서 이수했던 고급수학, 고급물리, 고급생명과학 등 과학계열 과목과 국제경제, 국제정치, 사회탐구방법, 사회과제연구 등의 국제계열 과목들도 진로선택과목으로 편성되어 내신등급이 부여되지 않는 절대평가 과목이다.

학생들의 진로선택 과목을 수강하는데 큰 걸림돌이었던 내신등급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과목이 단위학교에 모두 개설될 수는 없다. 이러한 사항을 고려해서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 개설 여부가 학교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단위학교에서 개설 되지 않은 과목은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타 학교에서 수강하거나 온라인 수강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수강하는 것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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