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역 혁신을 가로막는 3대 장애요인

입력 2018-09-11 16:46:11 수정 2018-10-16 09:52:35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이기주의·관료적 예산 집행 등 돌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혁신 성공해

동네 살리려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

장애물 극복 못하면 '긁어 부스럼' 꼴

살고 있는 지역을 미래 새로운 모습으로 지속 발전시키는 것은 모든 지역민의 열망이다. 그러나 많은 지역이 종종 집단 이기주의, 관료적 예산 집행, 글로벌 시각 부족이라는 장애 요인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역 혁신에 실패한다.

지역 혁신의 장애 요인으로서 가장 먼저 이해관계자 집단들의 잘못된 영향력을 꼽을 수 있다. 전통적 지역일수록 중앙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좁은 사회적 공간에서 크고 작은 이해관계자 집단들이 전략적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전략산업, 도시계획, 문화정책, 사회복지 등에 객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 쉽다. 어렵게 중앙정부를 설득해 막대한 투자 예산을 확보해 놓고 그 예산을 사양 산업에 쏟아붓는 식의 과오를 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로는 예산 집행 중심의 관료적 행정이 문제다. 과거 산업화 및 정보화 시대에 지역 혁신은 공단 배치와 예산 지원과 같은 하향식 중앙정부 정책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방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중앙정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 예산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효과 있게 집행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예산의 확보와 문제없는 집행에만 매달리다 보면 창의적이고 유연한 정책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앙으로부터의 정책 요구에는 민감해도 정작 지역의 정책 니즈에는 둔감해지는 성향이다.

셋째, 의사결정자들의 시각과 식견이 좁고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소위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해도 내부 불만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일을 처리한다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남과 다르거나 앞선 생각과 아이디어는 주목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를 보면 과거에는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설계한 국회의사당, 올림픽주경기장 등 국내 최고 수준으로도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글로벌 한국의 위상을 위해서는 개방되고 창의적인 시각과 식견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DDP로 알려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숱한 내부 비판과 반대를 무릅쓰고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를 채용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허브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뉴욕타임스로부터 가 보아야 할 세계적 명소로 꼽혔을 뿐만 아니라 낙수 효과를 넘어 폭포 효과라 할 만큼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켰다. 최첨단 미래주의 작품이 오히려 동대문이라는 전통과 역사의 공간을 새롭게 다시 살린 것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성공한 것은 당연히 혁신의 3대 장애 요인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기존 건축계 및 문화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5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의 관료적 집행 과정, 경험하지 못한 미래형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과 실패에 대한 부담 등을 과감하게 돌파한 것이다.

최근 지역들은 인구 고령화와 청년인구 유출 등의 추세와 맞물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있는 곳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지도에서 소멸될 수 있다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말 정부가 공적 재원을 투입해 전국 99곳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동네살리기와 경제기반형 등 모두 5가지 유형의 사업지에 대구 7곳, 경북 8곳이 선정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서 지적했듯이 동시에 작동하는 3대 장애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 혁신은 '긁어 부스럼' 꼴이 되어 차라리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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