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보다 알찬 속편이 기대된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쏘아 올린 '혁신도시 시즌 2' 계획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탄생한 미완(未完)의 목표에 대해 마침표를 제대로 찍겠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혁신도시 시즌 2'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물론 지역 청년 인재 의무채용 확대, 정주(定住) 여건 개선, 기업유치, 지역 산학연 클러스터 강화 등 기대를 모으는 소식이 많다.
사실 그동안 말만 혁신도시였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집 마냥 알맹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하드웨어적 요소만큼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공공기관 이전하고 일하는 사람들만 내려왔을 뿐 그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많은 보탬이 되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혁신도시특별법이 시행 된 지 십 년이 지났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속담이 틀리진 않았다. 혁신도시 개발 전과 후 산과 강, 지형은 확실히 변했다. 딱 그 정도에만 그친 것이 아쉽다.
전국 10개 도시가 혁신도시로 선정되어 이전공공기관이 모두 둥지를 틀었지만, 둥지 너머 무엇이 크게 변화되었는지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 고장 대구만 봐도 그렇다.
'혁신도시 10년, 대구는 어떻게 변했나' 라는 거창한 물음보다 '현재 혁신도시 상황은 어떤가?'라는 질문이 문제인식의 핵심이 될 수 있겠다.
정주 여건 개선부터가 시급하다. 현재 대구 신서혁신도시 거주민의 불편, 불만은 교통에서 시작된다. 신서혁신도시에서 대중교통을 한번이라도 이용해 본 적 있는가. 지하철 없는 것은 차지하더라도, 시내버스 노선조차 열악하다. 자차 없이는 가족 단위로 이동하기 어려운 실정에 시간이 갈수록 주거 만족도가 떨어지는데도 교통개선 대책수립은 복지부동이다.
교육도 문제다. 자족도시로 성장하라고 하면서 고등학교 하나 없는 실정이다. 신설 초등과 중학교가 있지만, 고등학교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혁신도시에 명문 중, 고등학교가 없다 보니 근무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출퇴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수성구에 사는 경우가 많다는 매일신문의 보도기사를 보고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살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 한번 정하면 후에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주거지다.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자녀교육도 어려운 곳에 굳이 뿌리를 내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시계획 정책수립의 역지사지가 아쉬운 부분이다.
이것은 지역 상권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근무시간이 끝나고 퇴근해서 주거지가 있는 외부로 이동하다 보니 혁신도시 상권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상권 활성화는 이미 포기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어 있고 임차인을 구한다는 현수막이 아직도 길거리에 무성하다. 도시에 사람이 떠나고 돈이 돌지 않으니 신생 도시로서의 역동성도 크게 떨어진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혁신도시의 만족도는 하위권 성적을 면치 못했다. 전국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았는데, '주거환경', '교육환경', '교통환경', '여가활동환경'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혁신도시는 중앙 위주의 과밀화된 성장을 탈피해 지방의 고른 성장과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소멸 등의 위기 속에서 지역경제 발전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희망의 교두보가 되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담당해야 한다.
혁신도시를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문제해결에 중앙과 지방이 따로 있지 않다. 정부와 대구시의 발 빠른 지원과 정책 전환을 기대한다. 섣부름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남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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