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경북대병원 교수(류마티스 내과)
50대 여성이 한밤 중에 응급실로 실려 왔다. 너무 아파서 도저히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대체 얼마나 아프냐고 의사가 물었더니, "아이를 낳을 때 겪었던 산통보다 더 아프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나중에 통풍성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통풍(痛風)은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이다. 18세기 영국 화가 제임스 길레이는 '악마가 엄지 발가락을 물어뜯는 그림'을 그렸다, 통풍의 고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본인이 통풍으로 엄청 고생해 본 것이 분명하다.
통풍은 주로 40대 이상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발병연령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여성 환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풍에 대해 제대로 알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 요산 결정체가 원인!
단백질 중에서 '퓨린'이란 물질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고 요산이라는 찌꺼기로 소변을 통해 몸에서 빠져나간다. 요산은 비늘처럼 날카롭고 모든 장기에 침착할 수 있다. 이런 요산이 여러 이유로 배출되지 못하면서 체내에 축적되는데, 주로 발가락 등의 관절 부위에 쌓여 결정체를 이룬다. 이 때 우리 몸의 백혈구가 관절 안을 공격하여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통풍성 관절염이다.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술, 기름진 음식, 고기 등 퓨린이 많이 함유된 고칼로리 음식, 특히 고기·맥주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면서 몸 안에 요산이 축적되어 발생한다. 또 요산을 배출시키는 신장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과 신장의 기능이 약해서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이 약해진 경우에도 통풍성 관절염이 발생하기 쉽다. 통풍 탓에 신장 기능에 이상이 오는 수도 있지만, 신장에 문제가 있어 통풍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혈액순환과 임파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경우, 환절기에 큰 일교차로 인해 저항력이 떨어진 경우 발병하기도 한다. 금식·수술 등 몸의 전신 상태가 변할 때, 또는 비만증으로 요산이 관절에 축적되어 결정체를 이루기도 한다.
◆ 흔한 질병이지만 오진이 많다
통풍의 유병률은 1% 내외로 흔한 질병이다. 그러나 겉보기에 심하게 부은 관절과 혈액검사 상 높은 염증 수치 등은 감염성 관절염과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관절액을 뽑아 편광현미경 검사로 요산을 함유한 백혈구가 보이면 통풍으로 확진할 수 있다. 하지만 관절액에서 요산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관절 천자(외피로부터 주사침을 꽂아 넣는 일)를 할 수 없는 경우도 가끔씩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높은 요산 수치, 통풍이 발생할 만한 정황, 자주 발생하는 관절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경험적 치료를 시행한다.
초기에는 90% 정도가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 관절의 한 군데에서 급성 관절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엄지발가락은 전체 통풍 환자의 90% 이상에서 침범하기 때문에 통풍성 관절염이 가장 특징적으로 침범 하는 부위로 꼽힌다. 드물게 환자의 10% 내외에서 심하게 열이 나면서 여러 군데 관절을 한꺼번에 침범하는 다발성 관절염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통증이 오더라도 7~10일 정도 지나면 없어지고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초기에는 재발의 빈도가 낮고, 시간이 지날수록, 혈중 요산치가 높을수록 재발의 횟수가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만성 통풍성 관절염이 되면 관절의 통증뿐만 아니라 운동장애와 관절의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 유지 치료가 더 중요하다
통풍성 관절염 치료는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과 소변으로 요산을 많이 배출시키는 약물, 부종과 통증을 경감시키고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약물 등을 사용한다. 약제로는 콜키친, 소염제, 스테로이드 등이 쓰인다. 어떤 약물을 선택할 것인지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요산의 양, 신장의 기능, 피하결절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이들 약제를 2, 3일만 사용해도 50% 이상이 좋아지고, 1~2주 정도면 치료기간으로 충분하다.
통증으로 고통 받는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혈액의 요산 수치를 낮추는 유지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급성기 치료만 받은 채 유지 치료를 받지 않아 통풍을 난치성 질환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산을 낮추는 약제를 사용하면 평생 재발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주목할 것은 '요산을 낮추는 것'이 심혈관 질환과 콩팥 악화에 대한 보호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학술적으로 증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풍의 식이요법으로는 요산의 재료가 되는 퓨린이 많이 든 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비만이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비만하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굶거나 식사량을 갑자기 줄이는 것은 요산치의 갑작스러운 변동을 초래해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혈중 요산수치가 높거나, 신장 수치에 이상이 있으면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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