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모르는 사람과 함께 한 '9시간 밤길 걷기'… 고민·우울 덜고 '치유'

입력 2018-09-09 18:02:15

'11회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 시민 6천명 참가 성황

'2018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이 대구생명의전화와 매일신문 주최로 8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동편광장에서 열렸다. 사랑(10km)과 생명(30km) 코스로 나눠 참가한 청소년과 가족들이 출발선에서 밤길 걷기를 시작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7시 '2018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이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동편광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11회 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는 대구경북 시·도민 6천여 명이 참가해 사랑(10㎞), 생명(30㎞) 두 코스를 걸으며 생명 존중 정신을 공유했다.

매일신문과 사회복지법인 대구생명의전화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지역 사회에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명의 고귀함을 인식시키고자 마련됐다.

'You are not alone, Stop Suicide(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자살을 멈추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은 '괜찮아 기대도 돼', '드루와 안아줄게' 등 다양한 격려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가을 밤길을 걸었다.

퇴근 직후 행사장을 찾았다는 홍미경(48·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10㎞ 코스를 걷는 2시간 30분 동안 딸의 손을 놓지 않았다. 홍 씨는 "고교생 딸이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것 같아 함께 걸으며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항공 승무원을 꿈꾼다는 딸 오서영(17) 양은 "승무원을 하기에 조금 작은 키라는 걸 알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엄마와 대화하며 10년 뒤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을 미래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참가한 이들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인자(56) 씨는 최근 일을 돕던 딸이 손님에게 폭언을 듣고 마음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참가를 결심했다. 식당 문을 닫은 오후 11시쯤 대봉교에서 걷기 코스에 합류한 모녀는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다"고 했다.

생명사랑 밤길걷기 캠페인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는 김모(61) 씨는 "걷는 것이 약보다 훨씬 좋다. 밤길걷기 행사에서 사람을 만나며 예전보다 밝아졌다"고 했다.

경북지역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성주 명인중학교에서는 학생부장 박종곤(34) 교사가 제자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박 교사는 "고교 진학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박 교사와 어깨동무를 하고 걷던 김신희(16) 군은 "선생님과 밤공기를 마시며 걸으니 진학 고민도 사라지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행사에는 생명메시지 캘리그라피와 '관심기부캠페인 니드 유(Need You)', 프리허그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상택 매일신문 사장 신부는 "자살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아픔"이라며 "오늘 행사로 생명사랑의 마음을 심어 한국이 생이 꽃피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석봉 대구생명의전화 대표이사는 "깊어지는 가을 밤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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