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들러 모닝커피를 산다. 점심은 백화점 혹은 마트 내 식당가 등에서 동료들과 함께 해결한다. 오후에는 편의점에 들러 소소한 간식거리를 즐긴다. 퇴근길에는 장을 보기 위해 대형 마트로 향한다. 마트 내에 있는 저렴한 프랜차이즈 세탁소에 빨랫거리를 맡길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아이들 학교 준비물도 동네 문구점보다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아가는 패턴일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되면서 자영업자들은 거대 기업의 단가 낮추기 전략에 속수무책이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저렴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익히 얼굴을 아는 동네 가게를 외면하고 '규모의 경제'에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기 간판을 내건 가게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대형 프랜차이즈들만이 거리에 가득하다.
문제는 이렇게 지출된 돈은 대부분 서울에 기반을 둔 거대 기업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대구에서 소비했는데 정작 지역에서 도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구 경제가 20년째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갈수록 취약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돈을 거머쥔 그들에게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출을 빼가야 할 대상일 뿐 굳이 지역에 재투자할 이유가 없다. 프랜차이즈 업주 손에 쥐어지는 이익은 쥐꼬리다. 단가 후려치기, 갑질 등 어떤 꼼수를 써서든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한다. '고용을 창출해 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진 지 오래다.
대구 시민 너도나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쏟아내지만 그렇다고 소비 패턴이 달라지진 않는다. 이젠 브랜드 중심의 생활이 익숙해져 솔직히 변화하기도 힘들다. 대구 경제는 마치 초대형 빨대라도 꽂혀 있는 것처럼 서울로 쭉쭉 빨려들 뿐이다. 경제의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해도 너무 심한 상황이다. 돈의 중앙집중화다.
최근 경제지표가 최악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면서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모든 칼날이 정부를 향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들여다보자. 과연 자영업자의 위기는 이번 정부만의 일인가? 고용 한파는 원래 없었던 이야기인가?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며 친기업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자영업 몰락', '중산층 붕괴', '고용쇼크'라는 단어들이 연일 주요 언론의 머리를 장식했었다. 결국 자영업 위기와 일자리 문제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구는 기업 규모가 영세하고 자영업 비중이 유독 높은 지역적 특성에다, 중앙으로 돈이 집중되는 쏠림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짜낼 피고름조차 없는 형국이다. 우리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지역에서 돈이 도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현재 대구의 극심한 자영업 및 소상공인의 위기를 가중시켰음은 분명하다.
경제는 생물이다. 돈이 돌고 돌아야 활기를 띠고 살아난다. 쓰는 족족 외지로 빠져나가서는 대구 경제가 좋아질 리가 없다. 이제라도 지역 사람들의 돈이 지역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 개선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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