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대구 조합택시…사실상 지입택시로 불법 운영 난무

입력 2018-09-05 05:00:00

택시업계 불황 타개할 대안으로 여전히 유효해…정책 변화 절실

지난 2016년 2월 대구에 처음 도입된 협동조합택시가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택시업체 불·탈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2월 대구에 처음 도입된 협동조합택시가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택시업체 불·탈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매일신문DB

2016년 2월 대구에 처음 도입된 협동조합택시(이하 조합택시)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다.

공급 과잉으로 개인택시 면허발급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출자금 2천만~2천500만 원만 내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다. 6천만원을 호가하는 개인택시 면허권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사납금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6개월이 지나면서 대구의 조합택시는 불·탈법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조합원이 아닌 대표나 집행부의 이득을 얻는데 이용되거나 사실상 지입택시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감차 보상금을 노려 조합택시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거나 출자금을 제대로 되돌려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구시는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는데다 잇따르는 설립 신청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택시업계 불황에서 탄생한 조합택시

대구에 조합택시가 난립하는 이유는 열악한 택시 시장의 환경 때문이다. 시간 당 운송수입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탓에 택시기사의 생활 수준이 낮고 경영자는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린다.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서울 택시는 시간 당 1만6천289원을 벌었지만, 대구는 1만2천697원을 버는데 그쳤다. 하루 12시간을 기준으로 대구 택시기사는 서울보다 4만3천원을 적게 버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 평균 수입은 13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조합택시는 도입 초기부터 부실 업체의 도피처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부실업체를 조합택시가 양도·양수하는 방식으로 명의를 바꾼 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받아 구멍난 재정을 메운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립된 조합택시는 사납금의 이름만 바꾼 '납입기준금'을 받으며 사실상 지입택시로 불법 운영고 있는 실정이다.

김기웅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대구본부 조직정책국장은 "현재 대구의 조합택시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업체가 아닌 불량 업체들의 도피처로 변질된 실정"이라며 "결국 피해는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던 평범한 기사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끊이지 않는 불·탈법…계속되는 설립 신청에 대구시는 뒷짐

그동안 대구시는 조합택시를 택시업계 불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보고 중점 육성했다. 지난해 말에는 220만원을 들여 '함께 만들어요! 택시협동조합'이라는 조합택시 임직원용 운영 가이드북 500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 조합택시는 이미 협동조합의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전택노련이 모 법무법인에 의뢰한 '택시협동조합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는 대구의 조합택시만 '대구택시협동조합계열'로 따로 분리해 분석했다.

이는 대구의 조합택시가 조합원에게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개인택시처럼 자율적으로 운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보고서는 대구 조합택시가 대리인을 내세워 조합을 설립하는 등 협동조합의 본래 취지에서 크게 변질됐다고 분석했다.

조합택시의 편법 운영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박용우(69) 전 택시개혁추진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대구 택시기사와 시민 395명의 서명을 받아 대구시의 행정처분 미이행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신청했다.

박 씨는 "택시기사들의 피해를 더이상 방관할 수 없어 절박한 심정으로 주민감사청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구 조합택시의 불·탈법 행위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2016년 이후 5개 조합택시 업체에 운송비용 전가금지와 전액관리제 위반 등으로 과태료와 사업정지 등 14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택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조합택시 3곳이 설립신고를 했을 정도다. 지난 6월 신고를 마친 한 조합택시 업체는 최근 조합원 모집을 마치고 조만간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담당하는 대구시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자격 요건을 갖추고 설립신고를 하는데 지자체가 인·허가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조합택시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해

조합택시를 둘러싼 복마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대구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민간업체의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조합택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합택시가 몇 가지 문제를 보완하면 업계 불황을 타개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택노련이 내놓은 조합택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조합택시 종사자 중 상당수가 생활이 안정돼 있고 근로 의욕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조합택시의 관리감독 강화를 개선방안으로 꼽았다. 조합택시의 파행 운영은 승객에게 악영향을 미치므로 관리감독과 조사권한을 광역자치단체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인택시를 조합택시로 양도·양수할 경우 지자체가 협동조합의 민주성과 투명성이 담보되는지 지도감독하고, 관할 노동지청에 통보해 1년간 공동으로 집중관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내놨다.

이 밖에 협동조합기본법에 택시 유형별 정의와 설립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과 우수 조합택시를 집중 육성하고 부실한 조합택시는 자연스럽게 도태 되도록 유도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기웅 전택노련 대구경북 국장은 "이미 조합택시의 문제가 상당 부분 불거진 상황에서 대구시가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을 드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국토부 등 중앙부처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택시협동조합 발전전략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합택시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1조합원 1차제 모델'이 꼽혔다. 또한 3~6개월 간 예비조합원 기간을 둬 안정적인 모집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비조합원 제도'를 활성화하고, 조합원이 제3금융권 등에서 무리하게 출자금 대출을 받지 않도록 '사회적경제전용펀드'를 운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영애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은 "운영 중인 조합택시에 대해서는 협동조합의 장점을 살리도록 독려하고 신규 업체는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조합택시 임원진에 대해서도 맞춤 컨설팅과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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