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서 피고름 나오고 마약성 진통제 있어야 심한 통증을 견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팔 거동 불편…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
혈관에 생기는 희귀암인 '혈관육종'으로 이마와 눈 주변이 온통 울긋불긋한 류경호(가명·47) 씨가 머리를 휘감은 붕대를 풀었다. 류 씨의 두피에는 암세포가 번져 피부가 짓무르고 피고름이 배어나왔다. 마약성 진통제를 삼킨 류 씨가 한손으로 소독약을 바르고 다시 붕대를 둘렀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손이 불편한 탓에 홀로 소독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며칠 전 입대한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5년째 혈관암 투병, 20여 가지 항암제 효과 못 봐
류 씨가 혈관암과 싸우기 시작한 건 2013년 3월부터다. 왼쪽 옆머리에서 진물이 흘러나와 자고 일어나면 베개가 누렇게 변색되기 일쑤였다. 피부질환인 줄 알고 3개월을 치료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뒤늦게 찾은 대학병원에서 혈관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류 씨는 "혈관암은 수술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2주일씩 입원해 항암제를 맞는 치료를 시작했다"고 했다. 5년간 20차례 이상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거듭한 끝에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잠시 나아지는듯했던 증상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류 씨의 병세는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나마 생계 수단이던 주유소 주유원도 그만두고 치료에 집중했지만 예후는 나빠지기만 했다. 환부가 넓어지면서 왼쪽 두피가 붉은 물집으로 울퉁불퉁 부풀어 올랐고 머리카락도 모두 빠졌다.
왼쪽 귀도 물집과 상처로 조직이 조금씩 괴사하다가 지난 5월에는 귓바퀴가 완전히 떨어져나갔다. 새로운 항암제로 치료를 시도하고 있지만 6개월 이상 지속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환부에서 느끼는 날카롭고 아린 통증을 이기려 수시로 진통제를 삼킨다. 통증이 심한 소독을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다.
류 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난달까지 시도한 항암화학요법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암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제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인 항암제를 써야하고 한가지 항암제를 쓸 때마다 500만원 씩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류 씨는 "효과도 장담할 수 없고 돈도 많이 들어 치료를 중단할까 고민 중"이라고 씁쓸해 했다.
◆ 5년 전 교통사고로 왼팔에 장애 남아, 최근 아들도 군입대하며 치료비 막막
류 씨는 섬유공장 기계관리자로 매달 400만원 이상 벌 정도로 인정받는 기술자였다. 그러나 2013년 9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가 그를 수렁으로 빠뜨렸다.
운전 도중 뒤따르던 관광버스를 미처보지 못하고 차로 변경을 하다 사고가 났고,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가면서 반대편 차량 4대와 잇따라 부딪히는 2차 사고로 이어졌다. 천신만고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왼쪽 손과 팔에 심한 복합골절로 장애가 남았다.
류 씨의 왼손은 엄지와 검지를 움직일 수 없고, 손목도 아래위로 까딱이는 정도만 가능하다.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지만 류 씨의 과실이 컸고 책임보험밖에 들어놓지 않아 본인 치료비 외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비 50여만원과 주유원으로 일하며 버는 50만원 정도가 수입의 전부다.
궁핍해진 형편상 대학진학이 어려웠던 외아들은 지난해부터 마트에서 일하면서 생활비를 보탰다. 그러나 지난달 아들이 입대하면서 류 씨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다. 매달 25만원씩 내는 월셋방은 이미 6개월치의 월세가 밀렸다. 10년 전 이혼한 전 부인이나 형제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처지도 못된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투병생활이지만 류 씨는 아들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 "아픈 아버지를 두고 입대하는 아들이 의연하게 저를 위로하더군요. 아들의 걱정이 더 커지지 않게 저도 열심히 치료 받아야죠." 류 씨가 담담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