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적폐일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됐다는 이유로 군부독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새마을운동이지만,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울려 퍼진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의 정치 현실 속에서 새 정부도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안에는 정치이념과 국경을 뛰어넘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인류공동 번영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새마을운동이 태동해 성장한 과정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본다.
<1>새마을운동의 태동과 새마을세계화
새마을운동은 1970년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오천 년 찌든 가난을 털어내고 풍요로운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시작됐다.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다. 절대빈곤에서 탈출하려 시도된 총체적인 국가개발운동이었고 농촌을 중심으로 불붙은 거국적인 지역사회 개발운동이었다. 식민지배와 해방, 한국전쟁과 재건, 산업화와 사회문제 등 한국사회 곳곳에 내재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국민통합운동이었다.
◆1970년 4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다
출범 시점은 1970년 4월이었다. 당시 전국지방장관회의를 통해 농촌 개발을 위한 자주 노력의 방안으로 '새마을'이라는 명칭이 처음 언급됐다. 그해 10월 '새마을가꾸기사업'이 시행돼 새마을운동이 출범했다. 전국 농민, 관계기관, 지도자 간 협조가 이뤄졌다. 무려 3만3천267개 마을이 대상이었다. 시멘트 공급을 통한 마을 안 길 넓히기, 공동 퇴비장 만들기, 공동우물 만들기, 하수구 보수 등 10대 가꾸기 사업이 중점적으로 시행됐다.
확산의 비결은 마을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 점이다. 정부는 1974년 이후 우수마을 선정 정책을 도입, 새마을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도시지역에서도 학교, 직장과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든 국민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졌고, 수출 증대에도 힘이 됐다.
이때 근면·자조·협동의 3대 정신이 정립됐다. 이념적 지향은 '잘 살기'였다. 3대 정신은 지금까지도 새마을운동의 상징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근면은 보람있게 살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생활 자체를 의미한다. 자조는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의 손에 달린 만큼 한계를 극복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정신이다. 또 협동은 기쁜 일은 함께 나누고 어려운 일은 분담할 때 공동의 목표를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정신 자세이다.
새마을지도자는 새마을 정신과 운동 확산의 첨병이었다. 마을회의, 반상회 등 공적·사적 통로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새마을 사업을 주도했다. 부녀 지도자와 부녀 회원은 저축, 절미, 불우이웃돕기 등 새마을사업의 주축이었다. 여성 권리 신장도 크게 기여했다. 공무원은 국가와 사회를 잇는 교량이 됐고, 새마을운동 추진의 주체 역할을 했다.
◆80년대 이후 새마을운동…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되기까지
80년대는 스포츠의 시대였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이 잇따라 개최됐다. 이때도 새마을운동의 역할은 컸다. 친절·청결·질서의 3대 운동을 펼치며 건전한 사회풍토 조성을 위한 폭넓은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기존 3대 기본정신은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사회건설을 위한 국민의식 함양을 특히 강조했다. 이웃을 돌보는 '인보사업', 소비절약 사업을 시행했고, 경제발전을 위해 영농기계화, 작목개선, 농수산물 유통사업도 펼쳤다. 환경정비를 위해 노후주택 및 주거환경 정비, 거리 환경 정비, 도시환경 정비 사업도 전개했다.

1990년대 새마을운동은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정부 주도에서 순수 민간주도 체계로 전환됐다. 새마을지도자 윤리 강령 제정, 지부·지회의 법인화, 정치적 중립화 등을 통해 새마을운동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는 국민저축운동, 1천만 명 서명운동, 금 모으기 운동 등 '경제 살리기 새마을운동'을 추진해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 시기 새마을운동은 세계로 나아갔다. 세계화·지방화의 시대정신이 물결 치던 때이다. 새마을운동은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국경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2천 년대 새마을운동의 국제화는 탄력을 받았다. 새마을운동이 새마을운동중앙회로 체제로 변화했고, UN의 NGO로 가입했다. 덕분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새마을운동 보급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한국의 자랑스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2013년 6월에는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각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과 정부가 협력한 성공 사례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다. 유네스코는 "UN에서 인정받는 빈곤탈피 모델로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에서 이를 발전모델로 하고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기록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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