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에게 8년이란 시간은 꽤 긴 시간이다. 그것도 기다림의 세월로 채워진 8년이라면 더욱 느리게 흘렀을 터이다. 여기 인도네시아 팔렘방에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아름다운 질주를 마친 두 청춘이 있다.
31일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의 롤러스케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20km 경기에 출전한 최광호(25·대구시청)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록은 33분 51초 653으로, 금메달을 가져간 대만 자오쭈정(33분 51초 418)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따낸 또 하나의 메달이었지만 최광호는 8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메달 색깔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은메달이라서 많이 아쉽다. 부모님, 감독님, 코치님 등 모든 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최광호는 2010 광저우 대회에선 롤러스케이트 EP(제외+포인트) 10k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구 경신고 2학년생이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대표팀 선배 손근성에게 단 1점 뒤져 금메달을 놓쳤다. 4년 뒤 인천 대회에서 설욕을 다짐했으나 롤러스케이트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광호는 그러나 낙담만 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전국체전이 있는데 다시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한국 트라이애슬론의 살아있는 전설' 장윤정(30·경주시청)도 8년 만의 도전에서 메달보다 값진 완주를 이뤄냈다. 그는 이날 팔렘방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여자 개인전에서 2시간 2분 35초를 기록, 출전 선수 23명 가운데 5위로 들어왔다. 철인 3종 경기로도 불리는 이 종목은 수영 1.5㎞, 사이클 40㎞에 이어 달리기 10㎞로 순위를 정한다.
경기가 끝난 뒤 장윤정은 "중간에 리듬이 깨졌고 제가 실수를 저질러 페널티 15초를 받은 걸 알면서 정신적으로 흔들렸다. 그 전까지는 리듬이 좋아 메달권도 욕심을 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남대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라이애슬론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장윤정은 2010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독일로 갔다가 대회 전날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완쾌되지 않은 몸으로 그는 광저우 대회 출전을 감행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수영, 사이클에서 1위를 달렸으나 10km 마라톤을 시작하는 순간 다친 무릎 십자인대가 다시 찢어졌다. 엄청난 통증 속에서도 3위로 완주한 그는 결국 한국 트라이애슬론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도 잠시였다. 이후 장윤정은 길고 긴 부상 악령과 싸워야 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 대회 출전이 좌절되자 은퇴를 준비했다.
그때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은 '출전에 의의를 두고 다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고 그 한 마디가 철녀의 심장을 다시 뛰게했다.
'철녀' 장윤정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2일 혼성전에서는 한을 반드시 풀겠다. 오늘처럼 일본의 작전에 말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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