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때도 수사물이 인기였다 '수사반장'
▶1970년대 TV 수사물도 어린 저의 시선을 잡아 당겼습니다. '수사반장'이 대표적입니다. MBC에서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방영된 다음, 1985년부터 다시 찍기 시작해 1989년까지 전파를 탄, MBC '전원일기'(1980~2002년, 즉 22년) 못잖게 롱런한 드라마입니다. 도합 17여 년의 방영 기간을 자랑합니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최불암 배우가 바로 수사반장의 수사반 반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사반 형사들 빼놓을 수 없죠. 김형사 故 김상순 배우, 조형사 故 조경환 배우, 남형사 故 남성훈 배우, 여형사 故 김화란 배우, 여순경 故 김영애 배우가 떠오릅니다. 최불암 배우 말고는 모두 지금은 고인이 되셨습니다. 그 외에도 여순경 역 이휘향, 노경주, 오미희 배우도 떠오르고요. 범인 역할만 주로 맡던 변희봉, 이계인, 조형기, 정성모 배우 등도 생각납니다. 어찌나 소매치기며 도둑질을 잘 하시던지, 어린 아이들이 봐도 감히 못 따라할 정도였습니다. 이럴 땐 TV가 바보상자 맞습니다.


수사반장은 특집으로도 당시 회자됐습니다. 범죄가 소재인만큼,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줄만한 주제를 선정해 더욱 정성을 들여 꾸몄고요, 기존 출연진 외에 특별출연진이 가세해 역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방영 시간도 평소의 2배쯤 됐습니다. 특집으로 영화를 한편씩 찍었던 겁니다. 300, 400, 500회 특집이 특히 생각이 납니다.
1977년 300회 '남편은 화물 아내는 화주' 편은 광주고속화물 송금함에서 도난이 발생하자 펼쳐진 수사대작전을 그렸습니다. 김혜자, 박원숙, 나문희, 김영옥 배우 등이 가세했더랬습니다. 1979년 400회 '종점'은 경기 김포 가도 택시 강도·살인사건 실화를 각색했습니다. 박규채, 오미연, 정혜선, 임채무, 남능미 배우 등이 특별출연했습니다. 500회 '사천만의 눈동자'는 아동 유괴 사건을 다뤘습니다. 이정길, 고두심, 김용림, 이영후, 한인수 배우 등이 열연했습니다. 요즘도 TV에 자주 보이는 배우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배우들도 있지요? 당시 수사반장 특집은 방송계 선후배 배우들의 큰 협업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수사반장의 롱런의 비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찰이었던 故 최중락 씨가 자문을 해주고 자료도 아낌없이 제공해줬기 때문입니다. 요즘이야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때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게 당연시되지만, 그땐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한 어떤 틀을 깨는 노력이었을 겁니다.
▶당시 수사물이 인기는 인기였나 봅니다. MBC에서 수사반장말고도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수사물 드라마를 10년 동안(1973~1983년) 방영했습니다. 수사반장에 비하면 지금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사반장 못잖게 재미있었습니다. 수사반장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기억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바로 '113 수사본부'입니다.

수사반장이 범죄자를 잡는 드라마였다면, 113 수사본부는 간첩을 잡는 드라마였습니다. 어릴적에 "범죄신고는 112, 간첩신고는 113" 이렇게 외우고 다니지 않으셨나요? 113 수사본부의 '113'이 바로 그 113입니다. 어릴 적에 학교에서 열심히 받은 반공교육을 TV에서 재미있게 복습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당시 드라마는 꽤 교육적이었군요. 수사반장은 준법정신을, 113 수사본부는 반공정신을 길러줬달까요. 113 수사본부에는 故 전운, 오지명, 송재호, 백일섭, 정욱, 박광남, 신충식 배우 등이 출연했습니다.



요즘 케이블 TV 채널을 틀면 과거 수사반장과 113 수사본부가 방영되던 시간과 비슷한 늦은 저녁에 참 다양한 콘셉트의 수사물을 틀어줍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만큼 수사물을 좋아한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런 한국 사람들의 취향을, 수사반장과 113 수사본부가 만들어 준 것 아닐까요? 2000년대 초 미드(미국드라마) 수사물 붐이 일기 전에 이미 수사반장 같은 우리 수사물 드라마가 저변을 만들어놨다는 얘기입니다.
도움말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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