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야할 생각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한다.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탐욕을 고려하면 절대 권력자가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박 전 대통령의 하야 계획에 관한 증언들이 나오긴 했지만, 고인의 명예를 높이려는 의도쯤으로 치부됐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경제개발의 길목에서'라는 회고록에서 "1979년 경제특보 당시 박 대통령이 식사 중에 '유신헌법을 개정하고 나는 물러갈 거야'라고 말해 놀랐다"고 썼다. 경호원이었던 박상범 전 청와대 경호실장도 2009년 "박 전 대통령이 사석에서 1~2년 뒤 하야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1970년대 중반 청와대 스피치 라이터였던 모씨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자네, 내일부터 내 연설문, 담화, 지시 사항,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조용하게 수집해줘. 그는 '대통령이 은퇴를 준비하는구나'라고 예감했다. 얼마 후 이 작업은 흐지부지됐는데, 박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탓이다.<손광식 저 '한국의 이너서클'>
대통령 본인은 내려오고 싶어도 부하들이 절대로 놔주지 않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성공하고도 비판받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장기집권 때문일 것이다. 3선 개헌·유신헌법 등 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고도 집권한 기간은 18년 115일(1961~1979)이었다.
며칠 전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내세운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됐다. 그는 27일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 정부 20년 집권 플랜 TF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개혁적인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최소 20년 정도는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 전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해 투쟁한 이들이 어느새 비슷하게 닮아 있음을 보게 된다. 희생노력은 부족하고 오만·독선만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못 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국민을 교화 대상 내지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으니 웃음만 나온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법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