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20년 집권론

입력 2018-08-27 18:17:34 수정 2018-10-11 10:39:55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야할 생각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한다.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탐욕을 고려하면 절대 권력자가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박 전 대통령의 하야 계획에 관한 증언들이 나오긴 했지만, 고인의 명예를 높이려는 의도쯤으로 치부됐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경제개발의 길목에서'라는 회고록에서 "1979년 경제특보 당시 박 대통령이 식사 중에 '유신헌법을 개정하고 나는 물러갈 거야'라고 말해 놀랐다"고 썼다. 경호원이었던 박상범 전 청와대 경호실장도 2009년 "박 전 대통령이 사석에서 1~2년 뒤 하야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1970년대 중반 청와대 스피치 라이터였던 모씨가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자네, 내일부터 내 연설문, 담화, 지시 사항,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조용하게 수집해줘. 그는 '대통령이 은퇴를 준비하는구나'라고 예감했다. 얼마 후 이 작업은 흐지부지됐는데, 박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탓이다.<손광식 저 '한국의 이너서클'>

대통령 본인은 내려오고 싶어도 부하들이 절대로 놔주지 않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성공하고도 비판받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장기집권 때문일 것이다. 3선 개헌·유신헌법 등 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고도 집권한 기간은 18년 115일(1961~1979)이었다.

며칠 전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내세운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됐다. 그는 27일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 정부 20년 집권 플랜 TF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개혁적인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최소 20년 정도는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 전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해 투쟁한 이들이 어느새 비슷하게 닮아 있음을 보게 된다. 희생노력은 부족하고 오만·독선만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못 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국민을 교화 대상 내지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으니 웃음만 나온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법칙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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