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과 장애인 아들 돌보는 최다현 씨

입력 2018-08-27 19:00:00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은 반신불수에 인지능력까지 떨어져
정신지체장애 2급 아들의 호르몬 치료비 마련 막막

최다현(37·가명) 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이태훈(59·가명) 씨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남편 이 씨는 회복이 어렵다. 최 씨는
최다현(37·가명) 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이태훈(59·가명) 씨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남편 이 씨는 회복이 어렵다. 최 씨는 "정신지체장애2급인 아들도 돌봐야 하는데 의료비는 커녕 당장 생활비조차 마련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며 버텨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힘드네요."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이태훈(가명·59) 씨를 돌보던 최다현(가명·37) 씨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휠체어에 앉은 이 씨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어떤 말도 건네지 못했다.

남편은 뇌경색 후유증으로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언어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수시로 구토를 하고 방금 일어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을 지켜보는 최 씨의 마음은 착잡하다.

◆퇴근 후 갑자기 쓰러진 남편…뇌경색 진단받아

남편이 쓰러진 건 보름 전이었다. "평소처럼 구청에서 청소 자활근로를 다녀온 남편이 다리에 힘이 없다며 주저 앉았어요.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었지만 그동안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죠."

하지만 남편은 앉은 자리에서 소변을 보더니 사지를 뒤틀었다. 서둘러 응급실을 찾아간 응급실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막힌 뇌혈관을 뚫는 주사를 맞았다. 시간이 지나며 오른쪽 팔다리의 마비는 풀렸지만 몸 왼쪽의 마비는 그대로 남았다.

언어능력도 크게 떨어져 대화는 거의 어려운 상태다. 최 씨는 "남편이 수시로 구토를 하고 인지능력도 불안정하다. 사흘 전에는 체온이 41℃ 가까이 치솟아 중환자실로 옮기는 등 하루하루 가슴을 졸인다"면서 "병원에서는 이미 뇌조직이 괴사했기 때문에 증상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앞으로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겨 운동치료와 언어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재활치료에는 매달 130만~15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편의 자활근로 급여와 기초생활수급비 등 135만원에 최 씨가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30만원 정도를 보태 생활을 꾸려온 형편에 치료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이미 대부업체에 1천5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고, 매달 20만원의 월세까지 내면 치료비는커녕 생활비조차 막막하다.

◆호르몬치료 시급한 아들…생활고에 치료시기 기약없어

정신지체장애 2급인 아들 병호 군도 최 씨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병호 군은 선천성 성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클라인펠터 증후군'을 앓고 있다. 지능이 떨어지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데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까지 안고 있어 돌보기 쉽지 않다.

병호 군은 열아홉 살이지만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되지 않아 아직 2차 성징도 나타나지 않았다. 원래 9월부터 장기간 호르몬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남편의 재활치료비용 부담에 미뤄둔 상태다. 최 씨는 "호르몬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매달 32만원 정도가 든다는데, 남편의 재활치료비조차 마련할 방법이 없어 꽤 오랫동안 미룰 상황"이라고 했다.

그동안 최 씨 부부는 생활고 탓에 자신들의 건강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최 씨는 두 번째 출산 이후로 치아가 많이 약해졌고 치아가 하나둘씩 빠졌다. 지금은 남은 치아가 왼쪽 어금니 하나밖에 없다. 최 씨는 "남은 이도 흔들리다 보니 음식은 잇몸으로 씹는다. 남편도 이가 몇 개 빠졌지만 애들 중심으로 살다 보니 우리가 아픈 건 거의 넘어간다"고 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많이 힘들지만 엄마니까 포기할 수 없는 거죠. 자식들이 그래도 나중에 '우리 엄마가 그래도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구나' 생각해주면 그걸로 족해요." 말을 이어가던 최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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