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말기 판정받고 자택서 투병…25일 오후 가족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
공화당 6선의 '보수 매버릭'…2000년과 2008년 두차례 대권도전 실패
베트남전 때 5년간 포로생활한 '전쟁영웅'…초당파적 존경과 인기
미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5일 오후 4시28분(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매케인은 이날 애리조나 주 히든밸리에 위치한 자택에서 부인 신디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의원실이 밝혔다.
신디는 트위터에 "마음이 아프다. 사랑하는 이 놀라운 남성과 38년간 모험을 하며 살았던 것은 행운이었다"면서 "그는 그가 가장 좋아했던 곳에서, 그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둘러싸여 그 자신의 방식대로 그가 살았던 길을 지나갔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다.
상원 군사위원장이기도 한 6선의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내 영향력 있는 대표적 원로로, 의회 내에서 초당파적으로 존경과 인기를 누려온 거물급 인사로 꼽힌다.
미 해군에서 22년 복무하면서 베트남 전쟁 때 5년간 포로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전쟁영웅'인 매케인 상원의원은 1982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86년 상원에 입성, 내리 6선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 뛰어들었으나 당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2008년 대선 때는 공화당 후보로 지명돼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다. 매케인은 당시 전국 정치무대에서 무명과 다름없었던 40대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 한때 '페일린 돌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는 악성 뇌종양이 발병한 가운데서도 왼쪽 눈썹 위에 혈전 제거 수술의 흔적이 역력한 채로 의회에 복귀, 연설을 통해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 여부 논의를 일단 계속하자는 안(案)의 가결을 끌어내는 투혼을 발휘해 박수를 받았다.
앞서 가족들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그는 생존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었지만, 병의 진행과 노쇠해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면서 의학 치료를 중단했다고 밝혔고, 미국 언론들은 "매케인이 이제 '마지막 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같은 당 소속이지만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매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뛰어든 이후 종종 그와 언쟁과 설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매케인은 지난 5월 말 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가치를 못 지킨 인물"이라고 일갈했고,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핀란드 헬싱키 정상회담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으로선 가장 수치스러운 실적", "비극적 실수'라고 맹비난하는 등 투병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매케인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 초청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케인은 첫 부인인 캐럴과 15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1980년 이혼했으며, 몇 주 후 지금의 부인인 신디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