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자가 특례사업 제안 18건 제출했지만 대구시는 번번이 돌려보내
전문가 "녹지 보전은 시민에게 중요한 가치, 민·관 함께 대안 찾는 것도 방법"
2년 뒤 공원일몰을 앞두고 대구시가 '녹지 최대 보전, 시민 편의 우선'이라는 대원칙을 재차 분명히 했다. 민간 건설업자의 개발 제안을 받더라도 훼손되는 녹지 면적을 최소화해야 하고, 개발 후 조성하는 공원·비공원 시설이 주민 편의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보다 공원 조성' 중점, "특례사업 없어도 녹지 보전 가능"
대구의 장기미집행 공원 41곳(1천847만8천㎡) 중 2000년 7월 이후 부지로 지정됐거나 조성을 마친 3곳을 제외하면 38곳(1천166만㎡, 4곳 조성 중)이 공원일몰제에 따라 오는 2020년 7월 공원부지에서 해제된다. 일몰 이후에는 민간 건설업자가 녹지 내 개발 가능한 사유지를 사들여 비공원시설을 지을 수 있다.
지자체가 일몰 전까지 공원 조성 예산을 조달하기 어렵다면 민간 공원조성 특례사업을 통해 민간 개발업자 부담으로 공원을 만들 수도 있다. 이때 특례사업 주체는 전체 공원 부지를 사들인 뒤 그 중 최대 30%를 비공원시설로 개발할 수 있다. 나머지 부지는 산책로와 가로등, 주차장 등을 포함하는 공원 녹지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대구시는 도심공원 민간 특례사업에 대한 대원칙이 '개발이 아니라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원 개발과 녹지 훼손에 따른 시민들 손해·불편보다 공원 조성에 따른 이익·편익이 훨씬 커야 한다는 것이다. 일몰 전 특례사업으로 조성할 수 있는 비공원시설과, 일몰 후 난개발로 조성될 지 모를 비공원시설 중 어느 쪽 녹지 훼손이 더 클지, 어떤 경우 시민이 이용하기 편리한 공원을 만들 수 있을 지도 중요한 잣대다.
현재 대구시는 공원부지 내 요충지인 사유지만 매입하면 남는 산지는 개발이 어려워 자연히 공원으로 남을 것이라며, 특례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865억원이라는 최소 비용만 들이면 모두를 난개발이 불가능한 맹지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대구시 기준 '엄격', 민간 제안 채택 쉽지않아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20일 현재까지 민간 업자가 대구시에 제안한 대구 공원조성 특례사업 제안은 총 18건(제출 16건, 상담 2건)이다. 범어공원이 7건(제출 5건, 상담 2건)으로 가장 많고, 학산공원 3건, 대구대공원 3건, 구수산공원 2건, 갈산공원 2건, 기타(범어·학산·만촌·시민·장기·갈산·장동공원 각각 개발) 1건 등이다.
시가 불수용했거나 업자가 자진 취하한 것을 빼면 대구시가 검토 중인 제안서는 3건만 남았다. 지난 7일 민간업체 A사가 제안한 구수산공원 아파트단지 조성사업, 지난 4월 대구도시공사가 제안한 대구대공원 테마파크·아파트단지 조성사업, 2월 민간업체 B사가 제안한 갈산공원 복합유통시설 물류센터 조성사업 등이다.
사업 부지가 마땅찮다는 게 한 이유다. 이미 공원 주변을 둘러싸고 택지 등이 대거 들어선 가운데, 대부분 산지형 공원인 언덕 속에서 신규 개발을 하기란 쉽지 않다. 예상 통행량을 수용할 수 있는 도로를 산속에서 외부까지 신설해야 하고, 지반 경사도 완만하게 다듬어야 한다. 산림법, 건축법, 문화재 출토 가능성, 환경훼손 여부 등도 따져야한다.
대구시는 공원 내 평지가 넉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개발제안 대부분은 경사지만 남긴 채 평지를 최대한 개발하는 것이어서 이견을 보인다.
대표적 예가 수성구 범어공원이다. 무학산 북서쪽을 절개해 언덕이 끊어져 나간 모습의 범어공원은 언덕을 둘러싸고 사방에 고·저층 아파트단지와 학교, 운동장, 어린이회관 등이 가득 들어섰다.
앞서 지난 2월 민간 개발업체 C사는 대구시와 협의한 끝에 회사가 제출한 범어공원 개발계획 사전제안을 자진 취하했다. 범어공원 전체 면적 113만2천458㎡ 가운데 경신중·고등학교를 이전하고 남는 부지와 주변 녹지 등 13만5천337㎡(11.9%)에 대해 총 사업비 8천700억원을 들여 400가구 규모 소단지 아파트를 짓겠다는 제안이었다.
개발 면적을 최소화했지만 대구시는 난색을 표했다. 개발 예정지에 보전이 필요한 1급 녹지가 포함됐고 주변지역 환경영향 저감 대책, 주변 주택 신축 영향으로 교통 과밀 가중이 예상되는 데 따른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전문가 "대구시 가이드라인 타당, 구체적 기준으로 해답 찾는 것도 방법"
류연수 대구경북연구원 도시지역연구실 박사는 "민간의 특례사업 결과로 너무 많은 녹지가 비공원시설로 바뀐다면 시민들은 기존 이용하던 생활 속 녹지공간을 잃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대구시가 불분명한 이유를 들어 민간개발을 막는 것처럼 보이는데, 개발 가능한 부지나 조건을 공개하고 민간 업자와 협의해 특례사업을 일정 수준 허용하면 일몰 후 난개발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봉 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는 "현재 대구시는 예산 확보가 어렵고 주민, 환경단체 반발도 예상된다는 이유로 공원 조성에도 개발에도 나서지 않아 갈등을 키운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안의 타당성을 정량평가해 타당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공원이 아파트의 정원으로 전락하지 않는 선에서 사전 논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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