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은 겪었던 시절, 자기가 속한 세계만 옳다고 생각하는 질풍노도의 시기. 마치 미국판 ‘중2병’을 겪는 주인공을 소재로 한 이 책은 J. D. Salinger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며 존 레논과 케네디 대통령의 살해범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명문 사립 팬시고등학교 3학년인 홀든 콜필드는 4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퇴학당한다. 수요일인 크리스마스에 맞춰 뉴욕에 있는 집에 돌아가려 했으나 룸메이트와 싸우는 바람에 토요일에 학교를 나선다. 그리고 집에 바로 가지 않고 3일 동안 뉴욕에서 경험한 것을 1인칭 시점으로 말하고 있다. 16세, 우리 나이로 18세 즉 청소년기의 마지막이자 막 어른이 되려고 하는 시절에 있는 홀든은 세상을 순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눈다. 시종일관 냉소적으로 얘기하면서도 순수한 대상인 동생 엘리와 피비, 여자 친구 제인, 수녀들을 생각하면 행복감을 느낀다. 반면 다른 세상은 모두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고 여긴다. 팬시고등학교 홍보물에는 말을 타고 폴로게임을 하는 학생들의 사진이 있지만 정작 학교에는 말이 없다거나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지만 매춘부에게 5달러를 빼앗기거나 믿었던 선생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기도 한다.
홀든은 여동생 피비가 보고 싶어 몰래 집에 들어간다. 피비는 홀든이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지 묻는다. 홀든은 한참 생각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주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순수성을 지켜주려는 것이다.
세상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인간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은 대개 도피나 자살이다. 처음에 홀든은 도피를 선택한다. 즉 서부로 떠나려고 결심하지만 피비 때문에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피비의 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3일 동안 방황하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성찰의 결과물이다. 피비가 다니는 학교에 낙서가 쓰여진 것을 보고 처음에는 지우려 했으나 너무 많이 쓰여진 것을 보고 지우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회전목마를 타는 피비를 보며 ‘아이들이 황금의 링을 잡으려 할 때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떨어져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즉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포기한 것이다. 소설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홀든이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방황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려 하면서 끝이 난다.
이 책은 1940년대 미국경제가 호황이던 시절에 만연했던 물질주의, 성공지상주의를 비판하고 가족·세대 간 소통부재, 개인의 고립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비속어와 저속한 표현 등 피상적인 이유 때문에 금서로 지정되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권장도서가 되었다. 홀든 같은 문제아도 방황하다 결국 ‘컴백 홈’하여 현실로 돌아온다는 내용이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홀든의 패배’라고 말하지만 기성세대로의 연착륙을 잘 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할리우드에서 Salinger에게 이 책을 영화로 만들자고 수차례 권유했지만 Salinger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하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홀든이 싫어할 것 같아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해 본다.
김광웅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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