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살기 좋은 대구경북을 꿈꾼다

입력 2018-08-20 10:37:05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오스트리아 빈이 선정됐다.

영국주간지 정치᠊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교육 ▲문화·환경 ▲안정성 ▲보건복지 ▲기반시설 5가지 기준을 조사하여 삶의 질 순위를 전반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오스트리아 빈에 이어 호주 멜버른이 2위, 일본 오사카, 캐나다 캘거리, 호주 시드니, 캐나다 토론토가 나란히 3위에서부터 6위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은 오사카 외에도 수도인 도쿄가 캐나다 토론토와 함께 공동 7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기사를 보는 내내 우리는 어느 도시가 선정됐을까를 찾았다. 아쉽게도 순위권에는 없었다. 자료를 찾고 보니 서울이 그나마 59에 올랐다. 가까운 이웃 일본에서는 2개 도시가 상위권에 선정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크다.

거창하게 세계 순위를 따지지 말고 우리 지역 현실부터 궁금해졌다. 대구경북은 살기 좋은 도시일까. 살기 좋은 도시를 논하기에 앞서 며칠 전 신문지면으로 접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가 생각났다. 한국고용노동정보원이 전국 228개 시·군·구와 3,463개 읍·면·동의 지역을 조사하여 지속 가능성을 발표한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도의 상당수 시·군·구가 소멸위험 지역에 처했다. 전국에서 소멸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조사된 경북 의성은 물론 경북도청이 자리 잡은 안동에 이어 경주, 김천도 올해 소멸위험지역으로 추가됐다. 이밖에도 경북은 고령, 군위, 봉화, 상주, 성주, 영양, 청도, 청송이 포함됐다.

지역 지속가능성 조사에서 ‘소멸위험지수’는 조사지역 내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인 곳을 소멸위험지역으로, 1.0 미만이면 소멸주의 단계로 분류된다. 우려했던 대로 경북은 농어촌 낙후지역이 많아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놀라운 점은 지방소멸 문제가 지방 대도시 권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광역시 중에서 소멸주의 단계에 진집한 곳은 대구를 포함해, 제2의 수도인 부산 2곳으로 광역 대도시에서도 원도심 쇠퇴와 정주 여건 악화, 인구유출로 인한 소멸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했다.

특히 대구는 타 광역시에 비해서도 청년유출이 심각하다. 학업, 일자리를 찾아 서울,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는 뉴스는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방통계청의 인구이동분석 자료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전 연령층 순 유출자 수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청년층 순 유출자 수는 2014년 8천338명에서 지난해 6천48명으로 일시적인 감소추세를 보였으나 전 연령층 순 유출자 수를 따졌을 때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조사 기준 50.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유출 원인으로는 일자리를 찾아서 떠난다는 비중이 가장 컸다.

대기업 하나 없는 지역 산업기반의 붕괴와 매년 되풀이되는 지방 제조업의 위기,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으니 청년이 지역에 붙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나 지역 내 총생산율(GRDP) 성적표는 참담하다. 1992년 지방 자치 시대 출범 이후 26년간 전국 16개 광역시도단체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애초부터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 적극적인 해결 의지는 가진 것인지가 궁금할 정도다.

지역산업이 무너지니 지역인재 유출은 물론 지역 내 대학들의 경쟁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취업률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도시 대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실상을 따져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대학경쟁력 알림과 대학별 졸업자 취업률 분석자료를 참고하면 재학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1인당 논문실적, 신입생 충원율, 중도탈락 학생률에서 전국 대학 평균값에도 못 미치는 지역 대학들이 산적하다.

또한 졸업자 3천 명 이상인 지역 대형대학의 취업률 성적표는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다. 전국 평균 취업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의 이름을 거론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하향 평준화로 고착되어있다. 평균 이하의 취업률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고, 부진한 취업률 책임을 대학에만 돌릴 수 없다’고. 물론 고등교육의 목적과 가치를 취업률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고등교육법 제28조에도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대학만 나 홀로 고고해서는 안 된다. 할 수도 없다. 학생, 제자들의 제대로 된 사회진출 하나 책임지지 못하고 학문, 연구만 운운해서는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할 수도 없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4차산업, 인공지능이라는 변혁의 시대에서 정체된 지식창고는 쓸모가 없다. 대학이 상아탑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역 일자리 증대, 교육경쟁력 향상, 청년실업 해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역발전, 지역사회 현안 해결을 위해 지자체, 지역기업, 지역대학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올 때 안의 병아리와 밖의 닭이 동시에 쪼아대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교훈이 지역 사회 곳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살기 좋은 대구경북, 한 가닥 희망은 그곳에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남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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