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앓아온 30대 중반의 자영업자가 병력을 숨긴 채 불법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10년이 넘도록 운전대를 잡아왔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일이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가해진 전기 자극으로 인해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는 질환이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해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운전면허를 부정 취득한 가운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일삼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작과 경련 때문에 ‘달리는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뇌전증 환자의 운전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에서 뇌전증을 앓고 있던 사람이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다가 발작을 일으켜 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그 이듬해에도 부산에서 한 뇌전증 환자가 운전하다가 대형사고를 낸 적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은 뇌전증 병력을 감추고 운전면허 시험을 쉽게 통과했다는 사실을 같은 환자 모임 등에서 털어놓았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대구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이 자동차 운전면허 결격사유인 뇌전증 병력을 숨기고 운전면허를 부정 취득한 25명을 입건하고 면허를 취소했다는 소식이다.
이들 중에는 20년 이상 운전을 해온 경우도 있었는데, 견인차 운전사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니 놀랄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뇌전증 환자들이 허위로 병력을 기재해도 걸러낼 장치가 없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뇌전증 환자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전증 병력 정보를 갖고 있는 병무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정보 공유가 사실상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상보다 공공의 안전이 더 우선이라면 기관 간의 정보 공유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운전면허를 부정 취득한 뇌전증 환자의 현황부터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환자들도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면허 심사와 함께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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