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18일 '빨간 대문집의 비극 - 故(고) 허은정 양 납치살인사건'을 다룰 예정인 가운데, 2개월여 전 미제인 이 사건을 먼저 사회에 공론화한 신문이 있어 화제다. 바로 사건의 현장이 있는 대구 소재 매일신문이다.
매일신문은 지난 5월 30일 자 신문에 '[단독]10주기 맞은 '허은정 양 납치 살해' 사건…동생의 진술로 실마리 풀릴까' 기사를 게재했다.
구민수 기자는 2008년 5월 30일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허은정 양 납치살인사건을 재조명했다.
다음은 해당 기사 전문이다.
지난 2008년 5월 30일 오전 4시 대구 달성군 유가면 봉리의 한 가정집. 개가 유난히 짖던 그 날, A(당시 11세)양은 감기 몸살로 고생하던 할아버지가 앓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가만히 숨죽이던 A양은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맞는 소리도 들었다. 놀란 A양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언니가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 소리쳤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까불지마라. 가만히 있어라"며 윽박질렀다.
견디다못한 A양이 밖으로 나왔을 때 거실에는 할아버지와 피 묻은 걸레만 남아있었다. 대문은 잠긴 채였고, 언니와 괴한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언니 허은정(당시 13세) 양은 13일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10년 간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허은정 양 납치 살해 사건이 30일 10주기를 맞았다.
은정 양을 살해한 범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언니 대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생은 당시 기억과 마주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지고 있다. 성인이 된 은정 양의 동생은 최근 수사기관을 찾아 당시 상황을 진술하며 도움을 청했다.
29일 부산에서 만난 은정 양의 동생은 당시 기억을 비교적 소상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사건 직후 어머니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간 동생은 지난해부터 언니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관련 기사와 사건 기록을 살피던 동생은 인근 마을에 살던 40대 남성과 할아버지가 집 문제로 자주 다퉜던 광경을 불현듯 떠올렸다.
덩치가 조금 컸던 이 남성은 키가 작고 마른 젊은 남성 2, 3명을 거느리곤 할아버지를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 유가면은 테크노폴리스 개발 문제로 곳곳에서 토지와 주택을 둘러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은정 양의 동생은 지난달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대구경찰청 장기미제팀을 찾아 자신의 기억에 대해 진술했다. 은정 양의 동생이 의심하는 남성은 지금까지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었다. 사건 발생 시간에 집에 있었다는 가족과 이웃의 진술 때문이었다.
당시 경찰은 할아버지보다는 은정 양 부모의 주변인들을 집중 수사했다. 그러나 은정 양의 동생은 "아예 집에 오지 않던 어머니나 한달에 한 번 정도 들르던 아버지의 지인이 갑자기 할아버지를 폭행할 리 없다"고 단언했다.
경찰 수사도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 경찰은 은정 양 동생의 진술을 참고로 수백여권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다시 살펴보면서 사건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도움으로 기존 증거에 대해 재감정을 요청하는 등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은정 양의 동생은 범인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당신 때문에 할아버지와 언니를 잃은 누군가는 당신을 늘 지켜보고 있다는 걸 반드시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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