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에 사형선고" "법적 성폭행 아니다"…안희정 1심 무죄 각계 반응

입력 2018-08-15 05:00:00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비서 성폭력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각계의 반응이 뜨겁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사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당은 침묵 모드다. 여성단체들은 법원이 성적 갑질을 했다며 발끈했다. 일반 시민들은 '예견된 결과다' 또는 '이게 나라냐'는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야당 이구동성으로 비판 vs 여당 침묵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법부가 사실상 미투운동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이것이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정부의 미투운동에 대한 대답이자 결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재판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한 것은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구형 민주평화당 부대변인도 유감을 표시했다. 김 부대변인은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번 사건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보다 의외의 결과"라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의 비판수위는 더욱 높았다. 최 대변인은 "결국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현재 대한민국 여성 성범죄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여성계, 성적 갑질 용인하는 판결이라고 비판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피해자는 자신이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다고 한 게 아니라 가해자가 침해한 것이라고 호소했다"며 "성적으로 갑질을 일삼는 가해자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우리 사회를 뒤흔든 미투 물결에도 불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변화하지 않는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다"며 "여성들이 아무리 큰 목소리로 외쳐도 사회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피해자 관점에서 본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판결"이라며 "직장 내 권력 관계에서 낮은 쪽에 놓인 여성은 생존권과 노동권이 걸려 있는 터라 쉽게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이번 판결이 향후 있을 수많은 미투 관련 판결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4년 구형에 무죄라니, 무죄일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라며 "(안 전 지사가)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너무 뻔뻔하다"고 분노했다.

◆네티즌, 미투운동 비난 vs 여성 분노 표출하자
인터넷 공간에서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 씨를 비난하는 여론이 많았다. 안 전 지사가 불륜을 저지른 것은 사실인 만큼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법적으로 성폭행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았다.

미투를 포함한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들의 성차별 문제 제기 전체를 거칠게 헐뜯는 댓글들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반대로 무죄 판결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여론도 상당했다. 특히 재판부가 '사회적으로 성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가해질 도덕적 비난과 형사법에 규정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은 구분돼야 한다'고 판시한 데 대해, "안 전 지사의 행위가 사회적으로는 성폭력이 맞다는 거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여성단체 '페미당당'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항의 집회를 긴급
개최했고 최근 수만 명 규모 여성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공식 카페 회원들도 규탄대열에 합류하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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