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해안선 따라 마냥 직진, 페달 밟는 그 자체가 깊은 힐링
홋카이도(北海道)! 겨울 왕국에서 사계절의 도시로 변모
오랫동안 홋카이도를 나타내는 단어는 간명했다. '눈, 추위, 아이누족' 이게 전부였다. 일 년의 반은 눈이 뿌려댄다. 쉽사리 허리춤을 넘어서는 폭설이 연신 이어진다. 눈을 이용하여 매년 2월이면 '삿포로 눈축제'가 성황을 이룬다. 오오도리 공원 앞에서 2Km나 이어지는 야외축제장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눈 조각의 형상들이 절정을 이룬다. 딱! 여기까지였다. 홋카이도는 또 깊은 겨울잠에 빠진다. 어쩌다, 여행을 가도 에스키모를 닮은 '아이누 원주민' 얘기뿐이었다. 대한민국의 70%나 되는 넓은 땅에 인구는 500만 명 남짓이다. 삿포로 등 대도시를 벗어나면 사람 구경도 쉽지 않다. 이런, 홋카이도가 큰 기지개를 펴고 완연히 탈바꿈했다.
대자연, 꽃, 평원, 온천, 호수, 음식 그리고 눈! 사계절 내내 즐겨 찾아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가 샘솟는 지역이 되었다. 곳곳에 꽃을 심고, 해바라기도 가꾸고, 평범했던 보리밭, 들꽃, 밀밭 등이 사진 포인트의 명소가 되었다. 러브레터, 철도원등 유명한 영화이야기에 덧붙여 화인가도(花人街道)라 해서 꽃과 사람을 잇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제 홋카이도는 더 이상 겨울왕국이 아니다. 사계절의 매력꾼이 되었다. 흔히, 홋카이도 하면 가볼만한 곳으로 '삿포로(札幌), 오타루(小樽), 노보리베츠(登別), 도야(洞爺)' 정도 였지만, 이제는 여기에 덧붙여 '아사히가와(旭川), 비에이(美瑛), 후라노(富良野)' 가 뒤를 잇고, '오비히로(帯広), 쿠시로(釧路)'까지 가봐야 할 곳 들이 늘었다. 도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홋카이도는 힐링의 도시, 치유의 섬으로 완전히 거듭나고 있다.

◆라이딩의 천국! 홋카이도 두 바퀴로 뿌수기
지난해11월, 얇디얇은 두 다리로 무작정 시작한 일본 열도 3,500Km 라이딩! 이제 그 종착점을 향해서 이곳, 홋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에 도착했다. 감회가 새롭다. 매번 도시를 넘을 때 마다 도전자의 심정으로 이빨을 깨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넉넉한 자축의 마음이다. 대견하다는 생각이다. 기특하다.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다소 부족하고 서툴러도 꾸준히 하기만 하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평범하되 엄정한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홋카이도의 라이딩은 수월하다. 길이 난해하여 옆길로 빠질까봐 걱정 할 것도 아니다. 그냥 해안선을 따라 쭉 직진하는 길이다. 하지만 워낙에 큰 땅 덩어리이고 외딴지역들이 많아서 오밀조밀한 계획성이 요구된다. 홋카이도 라이딩은 크게 네 곳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지역으로, 치토세(千歳線)-토마코마이(苫小牧)-노보리베츠(登別)-도야(洞爺)-하코다테(函館)로 이어지는 남쪽 해안지역,
두 번째 지역으로, 삿포로(札幌)-오타루(小樽) 등 중부 도시지역
세 번째 지역으로, 아사히가와(旭川)-비에이(美瑛)-후라노(富良野) 등 북부 평원지역 그리고 쿠시로(釧路), 오비히로(帯広) 등 동쪽지역과 아바시리(網走), 와카나이(稚內), 소야미사키(宗谷岬) 등 외곽지역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여름 라이딩의 꽃은 단연코 홋카이도이다. 변화무쌍한 스토리를 끊임없이 선사한다.

◆시코츠도야(支笏洞爺) 국립공원, 광활한 온천도시 노보리베츠
신치토세 공항(新千歳空港) 도착 후 토마코마이(苫小牧)로 향한다. 늦은 시각이라 한 시간에 한 대 씩 오는 대중교통버스에 몸을 싣는다.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린 끝에 다행히 버스에 탑승했다. 토마코마이는 딱히 뭐라 할 것도 없는 시골도시이다. 잠만 청한다. 다음날, 본격적인 라이딩에 나선다. 우치우라만(内浦湾)의 잔잔한 바다가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페달링을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땅끝마을 무로란시(室蘭市) 까지는 약75km. 그 중간에 온천도시인 노보리베츠를 거친다. 정말이지 평온 그 자체인 해안선이다. 준비해간 엠프의 노래 소리는 귀를 들뜨게 한다. 눈과 귀와 마음이 풍요 자체인 라이딩이다. 온천도시인 노보리베츠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늘상 편안히 오다가 두 바퀴에 의존하여 다시 오니 새롭다. 시코츠도야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노보리베츠 온천지옥으로 가는 길은 약4km 이상 오르막이다. 협곡다리도 지난다. 뭉게뭉게 온천의 연무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시큼한 냄새도 코끝을 찌른다. 일본은 어디나 온천이 발달해있다. 벳푸, 유후인, 이부스키, 운젠 등 여러 곳이 있지만 구경꺼리에서는 노보리베츠가 단연 으뜸인 듯 하다. 벳푸의 온천지역은 워낙 광범위하게 펼쳐져있고 숙박지 중심이지만 노보리베츠는 큰 산 하나가 죄다 지옥계곡이다. 숲속 길을 약10분쯤 걸으면 땅속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들이 흘러넘쳐 만들어진 '오유누마(大湯沼)'를 만난다. 약500m만 더 걸으면 계곡 속에 펼쳐진 족욕탕도 접할 수 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왔다갔다를 한가로이 반복한다. 홋카이도 라이딩은 참 부르주아적이다. 늘상 눈 핥기로만 보냈던 여름의 노보리베츠는 또 다른 운치였다.
◆우치우라만(内浦湾)의 시작도시, 바다가 아름다운 땅끝마을 무로란(室蘭)!

홋카이도 남쪽에 위치한 우치우라만은 고요하다. 그 고요함을 시작하는 도시 무로란을 간다. 무로란은 유난히 바다와 절벽이 아름다운 도시다. 사실 일본 드라마에는 별 흥미가 없어서 <마더>의 촬영지는 제쳐두고 땅끝마을에 해당하는 "지큐미사키(地球岬)"를 간다. 어디나 그렇듯 땅끝을 의미하는 미사키는 오르막이라 힘들다. 그 보답으로 숨을 멎게 하는 경치를 선사한다. 약30분여 낑낑댄 끝에 지큐미사키 인근에 도착했다.

무로란 8경중 으뜸에 해당한다는 지큐미사키는 절벽에 연이은 등대와 평화의 종이 별스럽다. 제법 폼을 잡고 평화와 행복을 비는 종을 배경삼아 증거를 남긴다.
지역특산물이라는 옥수수를 씹으며 해안선 이곳저곳을 두리번댔다. 사진을 유혹하는 포인트들을 애써 외면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도야호수까지 강행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야호수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이다. 무로란 시내를 다시 돌아가는 길과 바다를 가로질러 하쿠쵸대교(白鳥大橋)를 넘는 두 가지다. 이상하게도 구글지도는 계속 무로란시를 통과하는 길을 가르킨다. 약15km 이상 둘러서 가야하니 무시하고 직선거리인 하쿠쵸대교로 향하였다. 하쿠쵸대교로 막 진입하려는데 뒤의 차들이 연신 경고음을 보낸다. 급기야 한 운전자가 차창을 열고 소리친다. "하쿠쵸대교는 자전거 통행이 안된다 (自転車はダメだ!)" 뭐라고?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다리라니. 어쩌면 좋을까. 다시 무로란시까지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통행금지의 다리를 강행군 할 수도 없는 딱한 노릇이었다. 장장 2km의 대교가 아닌가. 맥이 빠져 털썩 앉았다. 낭만이 얼룩지려는 순간이었다. 열차를 타고 도야호수를 간다는 건 말이 안 될 노릇이었다. 관광안내센터에서 하쿠쵸대교를 건너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마침 두 시간에 한 번씩 오는 버스가 5분 뒤 온다고 한다. 간신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래전 건설된 꽤나 비좁은 위험한 다리였다. 가슴 졸인 끝에 하쿠쵸대교를 건너 도야호수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로 들어섰다.
◆꼭 한번은 달려 봐야하는 도야호수 비경 라이딩
2008년 G7회의가 개최된 도야호수는 몇 번이나 곱씹어도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면에서 으뜸이다. 미니 후지산이라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을 바라보며 43km 둘레를 가진 도야호수를 라이딩 할 기회를 갖는 것은 큰 행운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