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8마리 고양이와 1마리 강아지 키우는 동물 애호가 김민지 씨

입력 2018-08-14 05:00:00 수정 2018-08-14 09:40:12

고양이들이 어떤 사고를 치고 말썽을 피워도 사랑스럽다
고양이들이 어떤 사고를 치고 말썽을 피워도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김민지 씨.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먼저 강아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들어 강아지의 인기를 위협하는 반려동물이 나타났다. 바로 '고양이'다. 2010년 이후 서서히 인기가 높아져 어느새 반려묘 인구 300만 명을 넘어섰다. 고양이는 '영물', '요물'이라고 일컬어지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조용하고 깔끔하며 혼자서도 잘 지내는 성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도한 매력까지 겸비해 고양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상냥스러운' 묘~한 매력덩어리 고양이

경산시에 사는 김민지(49) 씨는 강아지 한 마리와 고양이 여덟 마리를 키우고 있다. 강아지는 앵두이고, 호두, 원두, 자두, 녹두, 보리, 콩, 덕희, 동이는 고양이 이름이다. 모두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이 있는 고양이들이다. 유일한 강아지인 앵두는 시추 암컷으로 열일곱 살 노견이다. "17년 전 애견센터에서 앵두를 처음 봤는데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세 번이나 파양(罷養)된 경험이 있는 강아지였다. 안쓰러워하고 있는데 아들이 '엄마, 우리집에 데려가자'고 해 일초도 망설임 없이 데려왔다"고 했다.

자두(13)와 녹두(11), 콩(9 ), 덕희(10)는 지인이 키우던 고양이였다. "7년 전 전화로 '빈집에 가면 고양이 다섯 마리가 있다. 더 이상 키울 수 없으니 키워달라'고 해 데리고 왔다"고 했다. 당시 함께 데려온 연두는 2008년 2월에 죽었다. 호두(10)와 원두(10), 보리(8), 동이(6)도 버려진 길냥이다.

앵두는 젊었을 땐 어린 고양이를 챙겨주고 싸움을 말리는 등 엄마 역할을 했다. 앵두는 어린 원두와 호두에게 젖을 물려가며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런 앵두가 이젠 노환으로 기력이 없다. 먹고 자는 게 일이다. 하루 종일 누워 지낸다. 앵두 젖을 먹고 자란 호두는 이젠 앵두 엄마를 돌본다. 민지 씨는 인스타그램에 "호두 아들은 밤새 앵두 엄마의 곁에서 자고 낮엔 내게 온다"는 글을 올렸다. 민지 씨는 "호두가 걱정어린 시선으로 앵두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현재 고양이 서열 1위는 자두와 콩이다. 둘 사이는 원만해 서로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를 괴롭힌다. 콩이는 오줌을 누고 있는 호두를 물어 뜯는다. 원두는 동이가 무서워 방에서 아예 나오지 않는다. 특히 동이는 기력이 약해진 앵두를 괴롭힌다.

덕희는 이 집의 귀염둥이다. 민지 씨가 외출해 돌아오면 문 앞에 앉아 기다렸다가 들어서면 뺨을 다리에 비비는가하면 야옹야옹 하면서 따라다니며 애교를 떤다.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친해지기 어렵다고 하지만 고양이가 가만히 주인 얼굴을 바라보며 핥아주거나 빰으로 몸으로 비비고 품에 안겨 갸르릉 소리를 내면 최고의 애정 표현"이라고 했다.

민지 씨는 사랑스런 이들에게 자주 빗질을 해준다. "빗질을 해주면 빗질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빗질을 해줄때 뿐 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저지래(잘못 하는 일)를 한다. 민지 씨 집에는 화초가 없다. 고양이들이 죄다 뜯어 먹기 때문이다. "한번은 상추 모종을 갔다 놓았는데 모조리 뜯어 먹었다. 상추는 물론 부추, 파도 먹는다""고 했다. 특히 동이는 이 집의 말썽꾸러기다. 싱크대는 물론 신발장에 넣어둔 물건을 끄집어내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민지 씨는 "이들이 어떤 사고를 치고 말썽을 피워도 사랑스럽다"고 했다.

◆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병든 앵두를 돌보고 있는 호두(오른쪽). 고양이 호두는 강아지 앵두 젖을 먹고 자랐다.
병든 앵두를 돌보고 있는 호두(오른쪽). 고양이 호두는 강아지 앵두 젖을 먹고 자랐다.

창밖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리는 덕희.
창밖을 바라보며 봄을 기다리는 덕희.

민지 씨는 어릴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 갔다왔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없어졌다. 어른들이 강아지를 개장수에게 판 것이었다. '강아지와 이별 인사도 안 했는데 팔았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때부터 동물을 끝까지 돌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녀는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됐고 동물, 환경 등 주변에 대해 따뜻한 시각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조심스럽고 도도한 성격의 고양이는 친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고양이의 마음을 얻게 된다면 어느새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의 매력에 심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지 씨는 고양이와 같이 있다보면 말하지 않아도 이들과 서로 통한다고 했다. 오래 같이 산 사람처럼 서로 얼굴표정과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를 안다고 했다. "밥을 먹은 뒤 소화가 안돼 인상이 안 좋으면 원두가 배 위로 올라가 두 발로 복부 마사지를 한다. 저 역시 이들의 행동이나 얼굴 표정을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같이 오래 살다보면 서로 교감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민지 씨는 이들이 아프면 자신도 아프다고 했다. "애들이 아파 병원에 가서 수술, 또는 주사를 맞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연두가 죽기 전,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연두가 애절한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연두가 죽은 거예요. 그때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지 씨는 앞으로도 울 일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모두 늙었다. 앵두는 사람으로 치면 100세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내가 다 보내 놓고 가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민지 씨는 이들과 다음 세상에서도 만날 것이라고 했다. "전생의 인연에 이어 후생에서도 만날 것이다. 먼저 간 이들이 저승길 문 앞에서 나를 마중 나와 있을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면서 행복해진다"고 했다. "이들은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예요."
민지 씨는 끝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라며 "그 고양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각오가 돼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준비됐는지 묻고 또 물은 다음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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