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외식업 외길...경영철학, 성공스토리 빼곡히 정리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서 '삼수장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영진씨가 자신의 26년 장사 철학, 삶의 회고, 외식업 성공과정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 문화속에 녹아든 장어에 대한 인문학 기록이기도 하고, 장어의 생태와 습성을 정리한 생태백과사전의 성격도 띤다. 요리나 미각(味覺)의 입장에서 접근하자면 훌륭한 레시피나 맛집 안내 역할도 한다.
큰 틀에서 이 책은 지은이의 외식업 성공담과 그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거기에 거창한 경제이론을 들먹이지 않고, 식당 경영의 '비법'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먼 길을 달려온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기록이다.
◆외식업 여덟번 실패 딛고 삼수장어 오픈
1983년 삼겹살 전문점 '삼수갑산'으로 외식업을 시작한 그는 그동안 여덟번 점포와 메뉴를 바꿨다. 배달통을 들고 하루종일 상가를 누빈 덕에 '어이 철가방!'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거듭된 실패에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의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외식업 트렌드가 '건강'으로 넘어가는 것을 간파한 그는 그동안 좌우명처럼 지켜왔던 '박리다매' 원칙을 버리고 고급, 웰빙 요리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삼수장어 1호점이 대구 호텔 건너편에 문을 열었고, 1998년 신천동로점에 이어, 2008년 수성못 들안길에 두산오거리점을 오픈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주목을 받았던 두산오거리점은 개점하자마자 '대구시 아름다운 상점상'을 수상했고 한국방문위원회의 내부 인테리어, 위생 평가에서도 대구지역 전체 점포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메뉴 개발에서도 장어집 종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중국의 요리서에 기반해 개발한 '한방꿈의장어'는 그의 가장 히트작이다. 이 외 '산삼장어' '와인장어' '허브장어' '황금장어'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메뉴와 관련해 그의 유명한 지침이 있다. '삼수 장어에는 메뉴얼이 없다'는 원칙이다. 고객이 원하는 입맛이나 개인적인 기호(嗜好)가 바로 매뉴얼이라는 것이다.

◆장어의 다양한 생태, 인문학적 고찰 담겨
이 책의 또 하나 특징은 장어에 관련된 다양한 인문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 영화나 명화 속에 등장한 장어에 대해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다분히 직업적 관찰을 통해 수집한 정보이지만,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정보들을 담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은이는 영화 '양철북'에 나오는 장어의 공포스런 기억(죽은 말대가리의 입, 코, 눈에서 우글거리는 엄청난 장어떼)에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초현실주의 앵글 기법에 감탄하기도 하고, 일본의 근대 단가(短歌)의 대가인 사이토 모키치(齊藤茂吉)의 구구절절한 장어 사랑에 감탄하기도 한다. 모키치는 일기에서 25년 동안 902회의 장어 요리를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모키치를 감히 '만세이'(鰻聖, 뱀장어 성인)으로 추앙하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피카소의 그림중 '뱀장어 스튜'를 소개한 부분도 재미있다. 이 그림은 피카소가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자끌린에게 선물한 그림이다. 자끌린은 구순(九旬)의 노화가를 위해 뱀장어 요리를 즐겨 만들어 주었다. 화보의 맨 끝에는 뱀장어 스튜를 만드는 레시피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미슐랭 가이드 '등록이 최종 목표
삼수장어 가게 한 편에 '삼수신조'라는 액자가 걸려있다. '고객우선주의, 철저한 고객서비스정신'을 정리한 액자다. 장 대표는 2016년 '삼수장어 매뉴얼' 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었다. 장 대표의 영업 철학이 녹아있는 이 매뉴얼에는 점포 경영 수칙부터 전화 응대법, 주문요령까지 상세히 적혀있다.
주인 입장보다 고객의 입장을, 점포의 이익보다 사회 공헌을 우선시하는 장 대표의 경영철학이 잘 나타나 있다.
"일본 오미상인은 산포요시(三方よし; 파는 사람도 좋고, 사는 사람에게도 좋고, 세상에도 좋은, 즉 버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고객만족과 사회에 이바지 하는 정신) 정신으로 장사했다"며 "이는 일본 기업의 DNA가 됐고, 일본 기업이 세계적으로 우뚝 서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오랜 고생 끝에 그의 사업도 이젠 성공 대열에 올랐고 대학에서 후진을 위해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희망은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받아보는 것이다. 맛, 위생, 평가, 역사 등 모든 것을 갖춰야 심사자격이 주어진다는 미슐랭 별표, 아직 대구에는 한 곳도 없다. 당당한 심사를 거쳐 요식업계의 최고 반열에 오르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하고 있다.

"장어는 산란기때 3천km를 헤엄친다고 해요. 몇 개의 대륙을 거쳐오는 긴 여정입니다. 제가 살아온 과정도 장어와 비슷합니다. 최고 맛집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세계적인 맛집은 아니더라도 동양 최고의 맛집은 되어있겠죠. 그때까지 저의 유영(遊泳)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25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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