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법조인 못지 않은 실력에 판사들도 감탄
중학교 3년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우발적으로 폭행한 피해 학생에게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
8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참가한 성광중학교 학생들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소심'군에게 '선고유예'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엄한 처벌을 강조했으나 변호인은 "범행 동기를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감정 조절이 힘든 나이 등을 감안했다"고 선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경북 중·고생들이 직접 판사, 검사, 변호사 역할을 수행하며 사법체계와 원리를 이해는 '대구지법 제6회 중고생 모의재판 경연대회'가 이날 대구법원에서 열렸다.
본선에는 총 40팀 가운데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중학교 7개팀, 고등학교 7개팀이 실제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대구지법 김수연 부장판사(행정단독) 등 6명은 각각 중등부, 고등부 심사를 맡았다.
학생들은 학교폭력, 미투운동, 명예훼손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각종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둘러싼 새로운 사회갈등 등을 폭넓게 소화했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청소년 흉악범죄'를 다룬 다사고등학교 학생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적은 처벌을 받는다면 누가 범죄를 두려워하겠냐"며 현 사법체계를 날카롭게 비판했고, 인공지능 애완견을 파손시킨 30대 남성의 사연을 다룬 성화중학교 학생들은 '동물학대죄' 적용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다툼이 벌였다.
법정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장난기 가득하던 아이들은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사뭇 진지한 태도로 돌변했다. 특히 심문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사역을 맡은 학생들이 피고인과 증인을 향해 쏟아낸 질문은 실제 재판을 방불케했다.
약 한 달 정도 직접 재판 시나리오를 준비한 학생들은 평소에도 서로를 '피고', '원고측 소송대리인'이라고 부르며 이날 경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중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성광중학교 '성광DIKE' 팀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3학년 조민서 군은 "평소 큰 소리를내는 성격이 아닌데 피고인을 지키는 변호사 역할을 하다보니 법정에서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도 했다"며 "어렵기만 했던 법이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쉽게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고등부 최우수상은 안동풍산고등학교 '가온길' 팀에게 돌아갔다. 최근 늘고 있는 몰래카메라 범죄를 다룬 가온길 팀은 '남성 몰카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등부 심사를 맡은 김은구 부장판사(형사7단독)는 "바쁜 입시환경 속에도 전문 법조인조차 다루기 쉽지않는 주제를 멋지게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