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편겨을 갖게 될까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써 행동하여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1조이다. 우리가 겉으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이 말은 사실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의 우리는 나와 같은 생각ㆍ행동ㆍ모습을 한 사람들은 '친구'로, 나와 다른 사람은 '잘못된 사람' '틀린 사람' 심지어 '없어져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심각한 사회갈등의 배경에는 '다름'과 '틀림'의 오해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마땅히 없어져야 할 것 같은 편견과 차별이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되어버린 현실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편견과 차별의 원인에 대해 심리학적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본다.
◆ "인간은 누구나 편견을 갖는다!"
인간은 오랫동안 수렵채집을 하면서 생존에 초점을 두고 진화해 왔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친구인지 적인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뜻이다. 미지의 낯선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했다. 문명을 이룬 현대사회에서도 이 진화의 결과로 이루어진 뇌의 반응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갓난아이조차 낯선 사람에 대한 극한 반응인 낯가림을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사람, 같은 언어와 비슷한 억양을 가진 사람을 즉각적으로 좋아하는 성향은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 마음 속 울타리가 '우리'이고 '내집단'이며, 울타리 밖 사람들은 '그들' '외집단'이 된다.
진화론적 관점 이외에 인지적인 측면에서도 편견 등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사실 인간은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한다. 하지만 매순간 마다 정보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해석 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 등을 활용하면 정보처리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인지부조화(개인 내 행동과 신념 사이의 인지적 불일치 상태)에 따른 자기합리화의 경우에도 이를 해결하는 심리적 장치로 편견 등을 동원한다.
또 사회적 혼란은 편견 등을 강화시키고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게 한다. 사회적 혼란 상황에서는 공포심과 불만ㆍ적의가 강해지고 이를 다른 집단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표출하면서 자기방어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희생양 이론(scapegoat theory)에 의하면, 일이 잘못될 경우 비난할 누군가를 찾아내 분노의 표적을 제공한다. 9.11테러 이후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아랍계 미국인들이 싸잡아 비난을 당하고, 일본의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대규모로 학살당하는 등 역사상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 "사회적 편견은 만들어진다!"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은 어떻게 보면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과 경험 속에 축적된 선입견과 고정관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는 고정관념의 심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편견이다. 사회적 편견은 차별과 폭력이라는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나기 십상인 탓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편견이 존재했다고 해서 유전적이나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학자들은 부모의 양육 스타일과 또래집단의 영향, 사회적 편견에 대한 논의의 부재, 다양한 집단에 대한 지식과 이해 부족 등이 편견 등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한다. 언제나 편견은 있어 왔지만 시대와 사회 따라 편견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고, 더군다나 차별과 폭력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편견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강화되고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편견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편견은 우선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하고 특정 선입견에 강한 영향을 받으며, 어떤 가치 기준에 따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집단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선입견과 고정관념ㆍ편견이 심한 사람이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갖게 되면 히틀러처럼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의 기본질서와 신뢰 문제를 연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 선입견(preconception): 특정 대상에 대해 실제 경험하기에 앞서 갖고 있는 주관적 가치판단. 어떤 사물이나 사건, 인물 등에 대해 사전에 알게 된 지식이나 정보가 강하게 작용하여 형성되는 변화하기 어려운 평가 및 견해를 뜻한다.
▶ 고정관념(stereotype): 특정한 사회집단에 대해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월터 리프먼, 1922년). 예)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유대인은 인색하다. 금발은 멍청하다.
▶ 편견(prejudice): 사물이나 현상, 인물 등에 대해 그것에 적합하지 않는 의견이나 견해를 갖는 것. 특정 범주 또는 집단에 대한 태도에서 인지적인 측면을 '고정관념', 감정적인 측면을 '편견', 행동적인 측면을 '차별'로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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