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당신의 역지사지(易地思之)

입력 2018-08-06 11:02:31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자와 가치를 추구하는 자. 고슴도치처럼 까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대충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얼리어답터의 이면에는 디지털 디톡스(해독)의 필요성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마음의 속도도 다르다. 불도저 같은 상대방이 부담스러워서 호감이 있음에도 지레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단지 성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를 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한 이유다.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듯이, 사람은 유기체적으로 변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과 완벽한 결과물로부터 자기만족을 얻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합의를 해야하는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보고서를 완성해야 한다면, 입찰에 응해야 하는데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계속 늦추다 보면 말짱 '꽝'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양 극단은 조금씩 중도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을 테니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했던가. 한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성격테스트를 했는데, 전원이 '성향 없음'으로 나와 당황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중간관리자는 상사의 지시도 따라야 하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불만도 조율해야 하는 위치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이 더 피곤하다. 차라리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성향없는 상태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색일 지도 모른다.

중세시대에 '지구가 둥글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말을 부정한 것처럼, 우리는 한정된 경험 속에서 살고 있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경험을 했더라도, 그 생각과 가치관은 당신의 경험을 통해서만 정립된 것이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고 했다. 그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굶주린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심정을 일변 이해할 것도 같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처지가 변하면서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된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직접 겪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들이 너무 많다. 하나의 일을 설명하기까지 서두가 너무 길어서, 그렇게 노력을 들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그것이 팍팍하고 이기적인 세상에 작은 배려가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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