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양복점에서
-김선중
일생을 행사로 끌고 왔거나
끌고 갔거나 하는 일들로 의복들은 다 헤졌다.
갈수록 허물어지던 누추를
한 벌 정장으로 지탱해왔던 것이다.
수제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췄다.
그 어떤 의식도 없는
무료한 양복 한벌을 맞췄다.
자꾸 색상에서 버려진 듯
또는 신세진 듯
주변의 색과 나는 점점 구별된다.
이것은 철저한 소임인 듯
은폐술이거나 소외의 풍이다.
단추들은 인심이 후하게 바뀌었다.
주머니는 그 어떤 일탈의 비상금도
필요 없음으로 형식적이어도 무방하다.
등판은 여분의 치수를
조금 앞쪽으로 구부려야 할 것이다.
그에 맞춰 어깨는 더 이상의 상승의 힘을
주문하지 않기로 한다.
왼쪽 젖 가슴 위의 견장들,
이젠 흙냄새 좀 맡으라고
바지통을 널찍하게 잡았다.
잘 삭힌 몸, 녹이 많이 슨 몸
가봉(假縫)이 끝나고
잘 맞춤된 옷은 관(棺)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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