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건설사 대표가 건설현장에서 숙식하는 까닭은?

입력 2018-08-05 16:33:47 수정 2018-08-06 11:13:48

원청·하도급업체 간 공사비 지급 여부 놓고 갈등
하도급업체 백모 대표 "무더위보다 원청업체 갑질이 더 무서워, 불공정행위 막아야"

지난 2일 오후 대구 북구 연경동 LH행복주택 아파트 건설현장. 골조공사가 끝난 아파트 2개 동에서 전기 및 배관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바삐 오갔다. 그러나 분주한 아파트 내부와 달리 옥상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거푸집이 텅 빈 채 방치돼 있었다. 두달째 원청업체와 하도급 업체가 공사비 지급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탓이다.

급기야 하도급업체 대표 백모(29)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엘리베이터 기계실이 자리할 옥탑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백 씨는 "원청업체의 각종 불공정 행위를 견디다 못해 공사 마무리를 막으려 옥상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지독한 무더위보다 우월적 관계를 이용한 원청업체의 갑질이 더 무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업체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백 씨의 업체와 또다른 하도급업체 A사가 각각 1개동씩 골조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공사를 맡은 A사가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을 해지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백 씨는 "원청업체의 요청으로 우리가 A사 공사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의 압박으로 A사가 지급하지 않은 자재비와 노무비 등 2억원을 대납했다"면서 "올 2월에도 명절을 앞두고 A사가 미지급한 자재 및 장비대금이 밀려 공사 중단 위기를 맞았고, 2억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이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원청업체와 백 씨는 계약변경에 따른 공사비 산정과 중간 정산 금액 등에서 4억원 가량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한달 전 원청업체는 백 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다툼을 이어가던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했다.

백 씨는 또 "발주처이자 감독기관인 LH가 중재 역할을 하기는커녕, 원청업체의 납세 문제로 공사비 집행이 어렵게되자 원청업체에 3억원을 빌려주도록 종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청업체 측은 "백 씨의 업체는 유치권 신고 등 법적 절차도 밟지 않고 무단으로 현장을 점거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B사가 공사금액 재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해 공정위의 판단에 따를 것이고 점거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한 상태"라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양측의 중재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자재비 노무비 등 대납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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