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능인고 교사
요즘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되는 말은 '상대'와 '절대'이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사전으로 말하면 '서로 맞서거나 비교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반의어는 '비교하거나 상대될 만한 것이 없는'을 뜻하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이라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 보면, 때와 상황에 따라 위치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무슬림들에게는 불경한 것이 된다. 이것은 문화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화 상대주의이다. 시골에서는 나름 지역 유지에 부자라고 힘주는 사람도 진짜 부자들 사이에 가면 부자도, 영향력 있는 인사도 아닌 그저 그런 촌사람이 되는데, 이것은 위치의 상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적이라는 말의 반의어에는 '고정', '불변'이라는 말도 추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계는 내신이나 수능 모두 상대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선택형 교육과정을 시행하면서 과목간 문제의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를 없애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학생이 받은 점수는 상대적 위치로 환산이 되다 보니 학생의 노력보다 집단의 특성이 점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자신의 점수가 오른다는 것은 객관적인 실력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 명을 제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협력보다는 경쟁이 강조된다. 경쟁을 통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나름 의의는 있다 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공부하기가 어렵고 우수한 학생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은 기피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과 학생들은 공대나 자연대에 꼭 필요한 물리Ⅱ, 화학Ⅱ는 선택하는 학생이 1%밖에 선택하지 않는다. 문과 학생들은 경제 과목이 어렵고 우수한 학생들이 선택한다고 해서 2%밖에 선택하지 않는다. 제2외국어는 찍어도 3등급을 맞을 수 있다고 소문난 아랍어 선택자가 2/3 이상을 차지한다. 수능 선택 과목이 그렇다 보니 학교교육과정도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수능에서 과목 선택을 늘리고 상대평가를 고수할 경우, 필요한 과목보다 당장 진학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영어처럼 1점 차이로 등급이 나뉘고, 9점 차이는 같은 점수로 인정되는 절대평가 방식도 공정하지는 못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원점수를 활용하고, 대학에서는 경제, 경영학과에 오려면 경제 과목을, 공대에 오려면 물리Ⅱ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정해 주는 것이 문제가 덜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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