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이 사활 건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성장전략

입력 2018-08-03 05:00:00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DGB금융그룹이 운명의 8월을 맞이했다. 지난해부터 사활을 걸고 뛰어든 하이투자증권 인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대구경북에 집중된 영업망을 동남권과 수도권으로 확대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에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했지만, 대주주 적격성과 사업성 등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현재까지 인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인수할 금융기관 대주주의 도덕성과 적법성, 조직의 투명성, 사업성 등에 확신을 갖지 못해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DGB금융은 최근 사업계획서를 보완하는 한편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금융당국의 승인'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남겨두고 있다.

◆증권사 인수의 걸림돌과 극복방향

DGB금융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에 하이투자증권 편입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출했지만, 올해 1월 사업계획서 미비와 영업전략 부재 등을 이유로 심사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사금융이나 자격이 없는 일반 금융회사가 또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구은행 사태'를 빌미로 심사 자체를 중단해 버린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대주주의 적법성과 자격 문제였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과 연루된 비자금 조성'횡령'대구은행 채용비리 의혹 등이 적격성 미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임원을 비롯한 인사에서 불거진 학연'지연'혈연 등 왜곡된 관행도 하이투자증권 편입 심사에 제동을 건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어떤 사업이나 방법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사업 구체성과 영업전략도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임원 상당수를 퇴진시키는 등 인사혁신과 변화를 위해 초강수를 둔 것도 DGB금융의 재도약은 물론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포석의 하나로 읽혀진다.

DGB금융그룹은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에 하이투자증권 인수 승인심사 보완서류를 제출한데 이어 같은달 27일 추가 보완서류도 냈다.

이 서류에는 영업전략과 재무계획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비롯해 임원 현황 등을 담았다. 영업전략을 보강하는 한편 최근 단행한 임직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 인적 쇄신 의지를 보완서류에 반영했다. 승인심사를 중단한 지 7개월 만에 심사 재개를 요청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심사 결과가 이달 안에 나오면 9월에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고 DGB금융과 하이투자증권의 주주총회와 정관변경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DGB금융그룹이 단행한 최근 인사 쇄신책과 조직 투명성 확보방안, 새 사업 구체안과 영업전략을 검토한 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승인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증권사 인수의 절박한 마지막 기회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과 맺은 주식 매매계약의 기한은 9월 말까지다.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지주사로 전환한 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2년 안에 금융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을 그룹에서 분리해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

만약 인수가 무산되면 100억원의 계약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나아가 증권사에 기대했던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미래 가치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무엇보다 증권사 이익 비중을 확대하는 다른 시중은행, 지방금융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부산의 BNK금융의 경우 지난 3월 BNK투자증권에 2천억원을 유상증자해 자본금을 두 배로 늘렸다. 영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150억원보다 179%가 증가했다.

◆증권사를 포함한 성장전략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새로운 성장전략을 펼 예정이다. 은행은 물론 증권과 생명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그룹에서 비은행권 수익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봤다. 나아가 계열사 간의 연계 영업과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강화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하이투자증권은 알짜기업이다. DGB금융은 증권사 주식(85.3%)과 자회사를 포함해 4천700억원에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자기자본이 7천200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인수가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성장세도 좋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178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3%나 증가했다.

DGB금융은 증권사를 합류하면 복합점포를 꾸릴 수 있게 된다.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증권', '은행+증권+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다. 복합점포에선 은행과 증권이 같은 공간에서 공동 상품판매와 상담을 할 수 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과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을 인수해 증권업무와 자산운용 능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시장경쟁력을 강화해 증권사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나서 자본을 확충해 모바일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차별화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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