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손에 손잡고 홍화자

입력 2018-08-04 05:00:00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7월 7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를 관람했다. 임권택 감독의 88서울올림픽 공식 기록영화를 처음으로 접했다. 조동희, 조동익 음악감독의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30년 전 올림픽 현장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조동희 음악감독과 장필순, 문제호가 함께 부른 '손에 손잡고'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 가을학기에 나는 경희대 한의대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의 철학사 강의를 청강했다. 심오한 동양철학의 언어로 올림픽을 해석하는 영화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학창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먼 훗날 영화 '손에 손잡고'가 우주보(宇宙寶)로 자처했던 도올 선생의 천재성을 뒷받침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손에 손잡고'를 다시 보고 싶었다. 통나무출판사에 문의를 했지만 관련 자료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서 1912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된 올림픽 기록영화를 DVD와 블루레이 세트로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이 비싸지만 3편의 서울올림픽 공식 기록영화를 살펴보고 싶어서 아마존에서 주문을 했다.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에 손잡고'를 열창했던 코리아나의 근황이 궁금했다. 4명의 멤버 중 여성 리드싱어였던 홍화자씨는 대구 출신이다. 남서울대 실용음악학과 김석원 교수의 도움으로 연락이 닿았다. 암 진단을 받았지만 적극적인 치료로 극복했고, 코리아나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요즘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홍화자씨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신 학교로 최근 화제가 된 대구 남산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960년 경북여고 재학 중에는 2·28 민주운동 시위에 참여했다. 2004년 발표한 홍화자의 솔로 앨범에는 '손에 손 잡고'와 함께 어린 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멋진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88서울올림픽 공식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가 만든 곡이다. 아이린 카라의 'What a Feeling'도 그의 작품이며 서울올림픽과 인연이 있다. 서울올림픽 공식문화행사로 1988년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88서울국제가요제'에서 아이린 카라는 'What a Feeling'을 불렀다. 아이린 카라는 나나 무스꾸리, 조용필, 패티김 등 국내외 인기가수와 함께 '손에 손잡고'도 불렀다. '손에 손잡고'의 주인공인 코리아나는 서울, 부산 등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펼쳤지만 대구에서는 단독 콘서트가 열린 적이 없다.

로열 앨버트홀은 런던에 위치한 영국 최대 규모의 콘서트홀이다. 영국 BBC 방송에서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가 열리는 곳이다. 팝송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데뷔 60주년 공연도 10월에 예정되어 있다. 1988년 11월 미스월드 선발대회가 열린 로열 앨버트홀에서 코리아나는 '손에 손잡고'를 열창했다.

지난 달 '위풍당당, 영국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서머 페스티벌 인 대구' 공연을 관람했다.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의 공연이 특히 인상 깊었다. '듀오 비비드'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음악과 어울리는 회화 작품이 스크린에 소개됐다. 영화와 음악의 만남이 이곳에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스의 명곡을 감상하면서 더위를 식힐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대구에서도 위풍당당하게 '손에 손잡고'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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