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문학단체에서 해외문학기행 공지가 떴다. 진보초가 눈에 확 들어왔다. 김무곤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을 읽고부터 '진보초'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겠다 생각하던 중 서점 신간 코너에서 일본의 특색 있는 서점만 모아 놓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한 때 뉴스 진행자였던 저자는 편향된 보도에 대한 의문과 조직에서의 부당한 처우, 앵커로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와 사회적 여건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했다고 한다. 어렵게 들어간 방송국을 퇴사하고 서울 합정동에서 '당인리 책 발전소'라는 책방지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목차는 크게 '책방에 간다는 것'과 '책방을 한다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일본의 특색 있는 서점을 찾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자는 책방 운영자로서 책방을 찾았을 때의 안목을 적고 있다.
"한 주의 책을 선정하면, 작가를 책방에 초청한다든지 책과 관련된 물건을 함께 진열하거나 전시를 여는 등 바쁜 일주일을 보낸다. 꽃에 대한 책을 판매하는 주간에는 서점 전체를 책에서 소개한 꽃들로 꾸미고, 음악 관련 책이라면 서점을 음악 감상실처럼 꾸미는 식으로 독자가 책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니, 일주일 내내 한 권의 책만 놓여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p51
긴자에 있는 모리오카 서점에 관한 내용이다. 대구도 운영난에 폐업을 하는 서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동네 책방은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방식이나 독립서점, 어린이 서점 등 특색을 내세운 서점으로 위기에 대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름은 '진보초 냔코도' 겉에서 보기에는 작고 평범한 가게지만, 고양이 앞발 모양의 간판이 걸린 문을 열면 이곳을 꽉 채운 게 모두 고양이 책이라는 데 놀라게 된다. 고양이 집사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서점, 그 작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손님이 있던지. 다들 고양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책을 구경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p122
진보초의 아네가와 서점 내 '진보초 냔코도' 서점에 관한 내용 중 일부이다. 눈으로 본 서점 풍경이 아니지만 상상만으로도 고양이 서점이 어떤 모습일지 대충 상상으로 그려보게 된다. 아기자기한 일본 사람들의 성향처럼 서점도 세분화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서점도 틈새시장을 잘 찾아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1976년에 문을 연 크레용 하우스는 무려 4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지금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일본 최대의 어린이 도서 전문 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p290
미나토구 가타아오야마에 있는 크레용 하우스는 엄마 손잡고 오던 아이가 결혼해 그들의 자녀와 같이 3대가 찾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매출을 떠나 책을 만드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저자는 어떤 책을 구비할지, 어떻게 진열할지, 작가와의 만남에 누구를 섭외할지 등, 책방지기로 분주한 날을 보내면서도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한마디를 던진다. 화려함을 버리고 평범한 책방지기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손인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