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 한국철도건설협회 부회장

코레일과 국토교통부가 인천공항행 KTX를 9월 1일부터 폐지한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유는 공항철도 노선의 운영 효율성 제고라는 것인데, 간단히 말해 수요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책이라는 것이 광명역에서 환승을 보완하고, 연계버스를 확대한다는 것이며, 국토부는 한술 더 떠서 환승이 잘되어 문제가 없다는 한심한 답을 내놓고 있다.
필자는 이달에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출국길과 귀국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동대구에서 한 번에 가는 KTX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출국길에는 광명역에 정차하는 열차 시간이 맞지 않아 서울역에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선상서울역을 거쳐 다시 공항철도로 이동하여 지하 4층에서 표를 구입하고 지하 6층으로 가서 공항철도를 탔다.
내가 이용하는 비행기는 공항철도 도심 터미널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귀국길에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 지하 1층 교통센터로 내려가 3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리무진 버스에 올라 1시간 뒤쯤 광명역에 하차한 뒤 지하 승강장으로 내려가 KTX로 갈아타야만 했다. 직통 KTX였다면 기차 안에서 출장 결과를 정리하면서 편하게 동대구역까지 올 수 있었겠지만, 환승의 불편과 시간에 쫓겨 헤매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대구행 직통 KTX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대구를 방문하는 일본의 내 친구에게 대구로 오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무척 곤혹스러웠다. 여행자들도 그런데 지역에 처음 찾아오는 바이어들에게 지방으로 오는 환승하는 버스와 광명역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런데도 서울역이나 광명역에서 갈아타기 쉽도록 환승 시스템을 보완하고, 공항철도와 연계버스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환승시설이 잘 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은 국토부가 아니라 수도권교통국을 보는 듯하다.
게다가 수요 부족과 비효율성을 내세우면서 선로를 공항철도와 공유하고 있어 KTX 1대를 멈추면 공항철도 약 3대가량의 운행이 가능한 점 등도 폐지 이유라니 수도권 사람만 사람인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동대구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노선의 경우 현재 공항행 KTX의 하루 이용객 3천433명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인원이 동대구역에서 승차하고 있다는 통계다. 지방에서 인천공항으로 운행되던 공항행 KTX는 경부선 12회와 호남선 4회, 경전선동해선전라선 각 2회 등 하루 22회였다.
이 중 동대구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비율을 볼 때 이 노선은 경제성 측면에도 충족하고 남는다. 따라서 수요와 경제성을 거론하더라도 동대구 출발 인천공항행 KTX는 반드시 운행되어야 한다. 많은 이용객이 있는 동대구∼인천공항행 KTX를 폐지하는 것은 수익성 혹은 공익성 어느 면에서도 억지이다.
사실 인천공항과 서울을 오가는 공항철도가 대단히 효율적인 광역철도 노선도 아닌데, 이를 왜 공항행 KTX와의 운행 효율성을 연계하는지 모르겠다. 필요하다면 공항철도를 복복선화하든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수요에 맞추어 건설하면 된다. KTX 폐지를 단행하는 것은 지방 차별 그 자체라는 것을 전 국민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열차 운행으로 국민 편익을 늘리겠다는 말보다는 기존의 노선으로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지방의 투자 유치 및 지역민들의 이동 복지를 실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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