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불법적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민관합동 수사본부에 수사 방향을 사실상 지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했다.
‘기무사 문건’이 공개된 이후 그 성격을 두고 지금까지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 등 한쪽에서는 ‘내란 음모의 실행 계획’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소요 사태와 폭동에 대처하기 위한 내부 검토 자료’라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하려면 문건 전문을 봐야 한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청와대가 공개했으나 전문은 2급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행 계획’이니 ‘검토 자료’니 떠들어대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뱉어내는 소음에 불과하다. 민관합동 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탈 행위’ 규정은 이런 당위(當爲)를 대통령이 앞장서 위반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 대통령의 ‘중립’ 위반은 이번만이 아니다. 국방부 장관을 통하지 않은 채 직접 수사를 지시하고, 군내 모든 계엄 관련 문건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부터 중립과 거리가 멀었다. ‘일탈 행위’ 발언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왜 이런 (계엄) 문건을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문건이 ‘실행 계획’임을 기정사실화했다.
합동수사단이 수사로 밝혀내야 할 것을 대통령이 미리 결론 낸 것이다. 이는 이러려면 무엇 하러 수사를 하느냐는 의심을 사고,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신뢰받기 어렵게 하는 대통령의 ‘일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