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의 엄마가 말린 남미여행]<7>광물과 지형이 빚어놓은 인상화 우유니 3박4일 여행기

입력 2018-08-02 05:00:00

물이 가득 찬 우유니사막 위를 예림이와 나는 짚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물이 가득 찬 우유니사막 위를 예림이와 나는 짚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예림이와 나의 남미 여행 루트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남미를 도는 방향과 반대 방향이었다. 그래서 한국 여행자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중 가장 많은 이야기가 우유니 소금사막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하얀 소금밭이 끝없이 펼쳐져있고 비온 뒤 그곳에 물이 고이면 하늘을 거울처럼 반사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장소로 남미를 여행하는 모든 관광객의 필수코스다. 그런데 몇 년째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는데다가 우기인 지금도 땅이 바싹 말라 있어 거울처럼 하늘이 비치는 풍경은 사진 속에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작은 물웅덩이에서 사진만 몇 장 건져서 온다는 것 이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어서 예림이와 나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갈지 말지 고민을 했지만 결국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얀호수로 불리우는 라구나 블랑카의 풍경
하얀호수로 불리우는 라구나 블랑카의 풍경

◆분홍색 산과 붉은색 호수

우유니 소금사막의 투어비용이 아타카마보다 쿠스코에서 구매 하는 것이 더 저렴하여 우리는 버스터미널에서 잠을 청한 후 다음 날 첫차를 타고 쿠스코로 이동했다.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3박 4일 동안 칠레 국경에서부터 우유니까지 여행하는 투어에 참가했다. 투어에서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출입국 사무소였다. 생각보다 굉장히 간소하게 되어 있었다. 마치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 같았다. 볼리비아 입국 신고를 하고 미국언니 두 명과 벨기에커플 그리고 예림이와 나. 이렇게 6명이 팀이 되었다. 가이드가 준비해준 식사를 간단히 먹고 '라구나블랑카'라는 호수로 이동했다. 흰색 호수라는 이름인데, 먹색의 산을 배경으로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한 옥색호수 위로 하얀 빛이 일렁이는 풍경의 호수다. 도자기 위에 묽게 그려놓은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코스는 달리사막이다. 초현실주의 작가인 달리는 이 곳에 종종 와서 예술적 영감을 받고 떠났다고 한다. 연한 살구 빛의 넓은 지대를 둘러싸고 있는 회색 산들은 마치 꿈 속 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세 번째 코스는 온천이었는데 예림이와 나는 딱히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아서 발만 담그고 있었다.

매쾌한 유황연기가 가득한 간헐천의 신비로운 자태
매쾌한 유황연기가 가득한 간헐천의 신비로운 자태

네 번째 방문한 곳은 간헐천이었다. 간헐천에 가까워 질 때부터 달걀 썪는 듯 한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상을 잔뜩 쓰고 창밖을 보는데 화성 같은 풍경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 간헐천은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지하의 깊은 곳에서 상승한 고온의 물이나 수증기가 보통의 지하수와 비교적 얕은 곳에서 혼합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진흙이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보이는 구덩이에서 끊임없이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전 날 버스 터미널에서 잔 탓에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하듯이 잠들어 버렸다.

두 번째 날은 '라구나 콜로라다'호수로 갔다. 해발 4000미터 높이에 위치한 라구나 콜로라다는 알티플라노의 고연지역에 있고 화산활동으로 인해 침전된 마그네슘, 철분과 같은 광물에 의해 붉은빛을 띄고 있다. 파란하늘과 연분홍색 산 아래로 거대하게 펼쳐진 붉은빛의 호수엔 너무나도 예쁜 연분홍빛 플라밍고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플라밍고들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할 일을 바쁘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플라밍고를 볼 기회가 또 있을까? 붉은 빛의 호수 위로는 마치 유화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흰색 띠가 둘러져 있는데, 이 흰색 띠에는 소금, 마그네슘, 붕사, 석고등이 섞여있다고 한다. 그리고 민트색, 하늘색 등 다양한 색깔들이 함께 공존해 있는 매력적인 호수였다. 분홍색을 한가득 품고 있는 사랑스러운 이 장소는 가장 추운 날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척박한 땅이었다.

모래바람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버섯바위
모래바람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버섯바위

◆수정구슬 위를 달리는 지프 차

셋 째날의 첫 번째 투어 장소는 버섯바위였다. 이 지역은 사막과도 같은 기후여서 항상 바람에 모래가 섞여있다. 바람에 섞여 공기보다 낮게 움직이는 모래바람들이 거대한 바위아래를 침식시켜 위는 크고 아래는 잘록한 버섯모양의 바위가 생성 된 것이다. 버섯바위 외에도 이곳에선 갑자기 구멍이 뚫린 바위도 있고 신기하게 생긴 바위들이 많았다.

다음으론 라구나 데 베르데라는 호수로 이동했다. 이 호수는 바람이 불면 광물질로 인해 호수가 녹색으로 변한다. 탁 트인 전경에서 초록호수가 일렁이는 모습은 내 마음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묘하게 싱그러운 느낌을 뿜어내는 호수 앞에서 예림이와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요가도 했다. 다음날 있을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위해 셋 째날은 일찍 숙소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숙소가 소금호텔이었다. 이곳은 벽체의 외피도 소금으로 되어있고 바닥은 마치 해수욕장의 모래처럼 소금이 깔려있다. 호텔 내부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깨끗했다.

드디어 대망의 우유니 투어날이 되었다. 가이드가 정말 기적적으로 전날 비가 내렸고 오늘 새벽에 그쳤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했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역시 우유니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기뻤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비가 안내려도 문제지만 만약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 가도 빗방울이 바닥에 부딫히면서 만드는 잔상 때문에 우리가 생각했던 반영의 소금사막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하루 전날 비가 왔다니...

여곡절 끝에 성공한 물구나무서기!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이런 사진을 찍게되어 매우 기뻤다.
여곡절 끝에 성공한 물구나무서기!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이런 사진을 찍게되어 매우 기뻤다.

신께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아타카마의 소금호수처럼 단층운동으로 인해 바닷 속 땅이 육지로 올라온 지형이다. 그래서 소금이 가득한 이곳에는 볼리비아 인들이 수천년을 먹고도 남을 소금이 가득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우유니 소금사막에 도착하고 우리 팀 모두 한동안 말을 잃었다. 마치 하얀 상자 안에 있는 수정구슬 위를 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예림이가 가르켜준 물구나무자세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몇 번 뒤로 넘어가고 나서 성공하였다. 뒤로 넘어졌을 때 등과 머리에 온통 소금물이 묻어 소금이 마르면서 온 몸이 하얗게 변했다.

우리나라 관광객은 당일여행으로 우유니를 방문하거나 2박3일 코스로 많이 가는데 3박4일 코스도 충분히 매력으로 가득 찬 코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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